여야가 그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법과 추가경정예산안의 18일 동시 처리에 합의함으로써 국회가 42일 만에 정상화됐다. 4월 국회를 통째로 공치고 5월 국회도 이미 절반을 까먹은 뒤다. ‘놀고먹는 국회’란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여야가 뒤늦게나마 타협점을 찾아내 6·13 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의 사직서 처리시한을 가까스로 지킨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여야는 어제도 합의 준수를 재확인하고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상 첫 추경 시정연설도 들었지만 안심은 아직 이르다. 세부사항에 최종 이르기까지는 온통 지뢰밭인 탓이다. 특검법안은 여야가 밀고 당긴 끝에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란 긴 이름으로 낙착됐다. 문제가 ‘대선 불복’으로 확대돼선 안 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대통령선거’, ‘김경수 의원’ 등은 수사 대상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을 추천하고 야권이 2명으로 압축한 중에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방식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이 요구한 거부권은 불발됐지만 변협이나 친여 야당의 입김으로 친(親)정부 인사가 추천돼 최종 낙점을 받는다면 ‘하나마나 한 특검’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특검 진용의 구성과 수사기간 등에서도 서로 입장이 다른데다 추경안 심의를 사흘 만에 마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로써 특검은 지방선거 이후에나 본격 활동이 가능하게 됐고 댓글조작 의혹을 선거에 활용하려던 야권의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걸핏하면 당리당략으로 인해 마비되곤 하는 추한 모습은 이제 진저리난다. 제발 남은 회기라도 여야가 국리민복을 앞세우는 성숙한 자세로 선진 정치를 실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제20대 국회의 전반기 임기가 오는 29일로 만료되므로 24일까지는 후반기 국회의장을 뽑아야 하고 곧이어 지방선거 정국으로 넘어가는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정말 시간이 없다. 얼마 안 남은 회기마저 특검이니 추경이니 하며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켜선 안 된다. 정치권은 성역 없는 특검 수사와 빈틈없는 추경 심의로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해소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