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성희롱 추태로 인해 한국이 외국에서까지 망신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외주재 외교관이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외교부의 미온적인 처리로 현지 여론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방송이 며칠 전 심층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 현지 대사관에 파견됐던 우리 외교관의 성추행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게 그것이다. 이름과 얼굴까지 화면에 공개됐다고 한다. 문제의 외교관이 대사관 남자 직원을 상대로 3차례나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조사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협조를 거부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심각하다. 해당 외교관이 이미 동남아시아 국가 주재 총영사관으로 전보됐으므로 본인이 자발적으로 뉴질랜드로 돌아가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추가 조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2월에는 웰링턴 지방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사회의 불만 여론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피해자를 자처하는 당사자의 얘기가 과장되거나 허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부가 2년 전 해당 외교관에게 비록 솜방망이 처분일망정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는 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더욱이 “뉴질랜드 외교부가 협조를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는 해당 방송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리 올바른 대응은 아니다. 서울에 주재하는 외국 외교관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면책특권을 내세워 비슷한 방법으로 빠져나가려는 경우에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해외에 파견된 우리 외교관들의 성추행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사관에 근무하는 현지 여직원에게 추근대거나 심지어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반 직원들을 통제해야 하는 대사까지 성폭력 사태에 휩쓸린 사례도 없지 않다. 외교부가 이런 사태를 근절하겠다며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지만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 같지가 않다. 뉴질랜드에서 항의가 빗발치는 해당 외교관에 대한 처리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