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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를 재개한 지 8개월여 만에 시범운영을 공식화했다. 한은은 앞서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를 해체한 지 약 1년만인 지난 2월 CBDC 전담팀을 다시 꾸렸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와 1대 1로 연계되는 CBDC 발행에 의욕을 보이면서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자 한국은행도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발행 전단계까지 돌입한 것이다.
한은이 준비중인 CBDC는 실물화폐와 유사하게 한은이 발행하고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 유통하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화폐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별도의 통제 없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유통되지만 CBDC는 중앙은행 관리 아래에서 발행하고 환수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와 차이가 명확하다.
한은 관계자는 “실험유통을 거쳐 디지털화폐 유통의 장단점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디지털화폐 발행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금 수요가 여전히 높은데다 민간의 전자 지급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카드 사용 등 금융의 포용 수준도 높은 편인 만큼 당장 디지털화폐 발행 수요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그동안 디지털화폐 발행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다. CBDC는 주로 스웨덴, 중국 등 현금 이용이 크게 줄어든 국가들이 발행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EU와 일본 등에서도 발행을 적극 검토하면서 지급결제시장 판도가 크게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