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3차례나 연기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또 미뤄지게 생겼다. 내달 6일로 예정됐던 개학마저 또다시 연기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칫 학교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간담회를 통해 4월 6일 개학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개학 연기 의견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개학이 연기될 경우 학습권을 어떻게 보장하느냐 하는 점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공백을 메운다고 하지만 시행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격차 해소가 급선무다. 저소득층의 상당수는 컴퓨터가 없는 데다 자녀가 둘 이상인 집에서는 컴퓨터 1대로 감당이 어려울 것이다. 산간벽지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장애인, 저학년, 성적부진 학생 등의 학습 격차 확대도 우려된다.
대입을 앞둔 고3생들을 먼저 등교시키는 등의 방안도 거론되지만 코로나의 생활방역 전환이 전제되지 않고는 곤란하다. 학교별로 디지털수업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미 온라인 개학에 들어간 대학들에서 빚어진 혼선이 초·중·고교에서는 훨씬 두드러질 게 뻔하다. 한마디로 교육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진작 경험하지 못한 환경에 맞닥뜨린 셈이다.
이런 여건에서 교육부의 안이한 태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가 거듭 경고됐던 만큼 지금 상황은 얼마든지 예견 가능했다. 그런데도 한 달 동안 넋 놓고 있다가 온라인 수업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추가 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강구했다면 지금의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능과 나태로 점철된 교육부의 총체적인 모습이다.
혼선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면 수능 등 입시 일정부터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온라인 교육의 상시화 내지 보편화를 내다보고 관련 준비를 본격 진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개학 연기 및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경과 상황을 백서로 남겨 정책적인 교훈으로 남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