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딥테크 없고 유망분야 집중투자도 어려워

[멸종위기 K유니콘]②2015년 AI기업 비중 6%…2024년에는 7배 이상 증가
세계 유니콘 절반은 AI…“미국은 이미 양자컴퓨터에 집중”
"韓딥테크, 가치평가 제대로 받기까지 시간 더 걸려"
VC업계 "미국과 달리 韓양자컴퓨팅 투자할 곳 없어"
  • 등록 2024-12-19 오전 5:35:01

    수정 2024-12-19 오전 5:35:01

[이데일리 김혜미 김세연 기자] 최근 벤처투자업계의 관심은 단연 ‘딥테크’(심층기술)다. 특히 벤처투자업계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바이오, 반도체 분야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올해 새롭게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2곳 중 1곳은 AI 관련기업인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벤처투자업계의 관심이 딥테크 기업에 쏠리고 있지만 국내에는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유니콘 기업의 감소는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벤처·스타트업 선도 국가인 미국에서는 올해 양자 컴퓨팅 관련 기술이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와 관련한 유망기업을 찾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미국과 한국의 기술격차가 그만큼 벌어져 있다는 증거로도 해석된다.

세계 유니콘의 절반은 AI…“한국 아직 시간 걸릴 듯”

18일 컨설팅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능형 로봇부터 코딩 AI 에이전트에 이르는 AI 스타트업이 올해 전세계 신규 유니콘 기업의 44%를 차지했다. 2015년에 AI 기업 비중이 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비중이 7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올해 새로 등장한 AI 유니콘 기업들은 창업 2년 만에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평균 직원수는 203명으로 타업종의 스타트업보다 직원 수도 적고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하는 기간도 짧았다. 타 업종의 유니콘 기업들은 평균 직원 수 414명, 유니콘으로 이어지기까지 9년의 기간이 걸렸다.

CB인사이츠는 “다양한 분야에서 AI 역량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AI 도입을 미루는 기업은 경쟁사보다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며 AI 기업의 미래가 더 유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AI기업들의 발걸음은 더디다는 게 투자업계 판단이다.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는 “딥테크가 투자업계에서 인기를 끈 것이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 시기에 등장한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이 되려면 몇 년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국내 증시가 좋지 않아 국내 AI 기업들의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올해 국내 유니콘 기업 배출 실적이 부진하지만 딥테크 기업들은 가치 평가만 된다면 바로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며 “AI 딥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니콘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美, 올해 최대 이슈는 양자 컴퓨팅…한국은 ‘투자할 곳 없어’

글로벌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은 AI 분야에서 양자 컴퓨팅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기존 컴퓨터가 풀 수 없는 복잡한 통계 문제를 빛의 속도로 해결할 수 있으며 AI 머신러닝과 신약 및 신소재 개발, 금융 포트폴리오 및 위험 평가, 사기탐지 최적화 등에 유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양자 컴퓨팅 시장 규모가 오는 2035년까지 1조 3000억달러(약 1869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IBM과 구글 등 기존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고 주목받는 대표적인 양자 컴퓨팅 기업으로 ‘아이온큐(IONQ)’가 꼽힌다.

이 회사는 양자 컴퓨팅 분야 권위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 먼로 교수가 설립한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 양자 컴퓨터를 출시했다. 아이온큐는 양자 컴퓨팅 기업 최초로 2021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으며 시가총액은 19억 2000만달러에 달한다. 연초부터 이달까지 주가는 약 237% 올랐다.

하지만 VC 업계는 한국에선 투자할 만한 양자 컴퓨팅 기업이 없다고 말한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기업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이 없다”며 “한 곳을 겨우 찾아내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한 군데라도 찾아낸 것이 다행일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 기업을 엑시트(기업공개나 매각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거나 성과를 거두는 것)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올해 유니콘 기업 수가 2곳이라는 것이 적어 보이지만 초기 단계에서 투자자들이 엑시트했을 수 있다”며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매우 커서 엑시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VC의 목적이 투자 수익 극대화에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 국가 스타트업의 80%는 초기에 게임을 멈춘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일부 스타트업들이 의도적으로 초기에 엑시트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봤다. 안 교수는 “한국 경제가 다시 일어서려면 유망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서 유니콘 기업이 나오게 해줘야 하는데 비관적이다. 모태펀드도 유망산업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면 감사가 들어와 단순 나눠주기식으로 투자를 한다”며 “정치가 불안정하고 규제만 계속 생기며 정부 투자의 융통성이 확보되지 않는데 누가 유니콘으로 크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안 교수는 한국 주식시장의 신뢰 저하를 지적하면서 “(한국 증시에서)기관들은 진작에 빠졌고 개미들도 이제 미국 증시로 눈을 돌렸는데, 개미들이 빠지기 시작했으니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기업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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