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을 이미 많이 뺐어요. 여기서 더 빼기는 어려운데….”
|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빵집에 초콜릿이 묻은 빵이 진열돼 있다.(사진=김세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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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이모(44) 씨는 코코아 물가 얘기를 꺼내자마자 한숨을 크게 쉬며 답했다. 165㎡(50평) 남짓의 가게 안에 약 30종류의 빵들이 있지만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은 5종류뿐이었다. 이씨는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이 지금보다 2배 이상 더 많았다”며 “손님한테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넘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인기 제품인 초콜릿 함유 제품을 더 뺄 수도 없어 이익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손님이 줄어들까 2020년 처음 빵집을 연 이후 4년간 제품당 가격을 1000원 이상 올리지 못했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 (자료=미국 뉴욕 국제상업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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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미국 뉴욕 국제상업거래소(ICE) 선물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t당 1만 5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4163달러)보다 2.5배 이상 오른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 지은 지난해 11월 초(7174달러)와 비교해봐도 가격은 1.5배 가까이 올랐다. 기후변화로 수확량이 줄어들며 안 그래도 꾸준히 오르고 있던 코코아 가격이 대내외적 불안정성 여파로 더욱 급등하는 모양새다.
디저트 핵심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빵집과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소비가 더 얼어붙을까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가격을 유지하자니 이익이 급격히 감소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빠졌다.
서울 종로구의 한 디저트 카페에서 일하는 최형우(33) 씨도 “코코아 가격뿐만 아니라 원두, 우유, 버터 등 원자재 값이 다 오르고 있다”며 “그나마 음료를 팔아야 남다보니 ‘1인 1음료’를 주문받고 있다. 그렇게 안하면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카페’도 고민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8~9년째 저가 메뉴 중심의 카페를 운영 중인 강원찬(40) 씨는 “1년 전만 해도 2만 5000원이던 초콜릿 시럽 한 통이 지금은 3만 2000원”이라며 “단골손님들은 저렴한 가격에 대한 신뢰로 찾는다. 일단 올해는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 500원 이윤 남기던 걸 이젠 그냥 200원 정도 남기고 파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코코아 가격이 계속 치솟자 정부는 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정 기간 낮춰주는 ‘정기 할당 관세’ 대상에 코코아 생두를 포함해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할당 관세 제도는 일시적 가격 상승에만 대응할 수 있을 뿐 장기적 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실효성을 잃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할당 관세는 가격이 단기간에 폭등할 때 관세혜택을 통해 수입 비용을 낮춰주지만 상황이 계속되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가격이 오르는 걸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재 상황에서는 정국 불안정성을 해소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게 가장 최선책”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