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든 바이든이든 北문제 뒷전…북핵은 현실, 이란이 더 문제"

[인터뷰]①'美싱크탱크' 맨스필드재단 프랭크 자누지 회장
"北과 달리 이란, 아직 핵무기 미보유…美 더 관심 가질 것"
"비핵화 협상, 진전 없을 것…옥토버 서프라이즈, 비현실적"
  • 등록 2020-10-12 오전 4:00:00

    수정 2020-10-12 오전 4:00:00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든, 조 바이든이든 누가 미국의 다음 대통령에 될지와 관계없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아시아태평양 전문 싱크탱크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사진) 회장은 이데일리와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11월3일 미 대선 이후에도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이 계속 교착국면에 머무르거나 되레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쇼크로 사실상 무산되긴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미국 방문 등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추진해왔던 우리 정부의 구상이 실현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 같은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자누지 회장은 바이든 후보의 보좌관 출신으로,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한반도 팀장을 맡은 대표적 지한(知韓)파 인사다. 바이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누지 회장은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평가받지만, 이란은 아직 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다음 미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이든, 바이든 새 행정부이든 미국의 제1순위 대외정책은 이란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그는 이란의 정적(政敵)이자 미국과 각별한 사이인 이스라엘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란을 둘러싼 중동지역은 핵전쟁의 망령을 불러올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바이든 후보가 정권을 잡을 경우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의 물꼬는 더 쉽게 트일 것으로 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현실화한다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등의 조처가 현실화할 공산이 있다고 우려했다.

자누지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0년간 해외주둔 미군의 철수를 원해온 인물로, 이것(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은 트럼프 외교 비전에서 상수”라며 “트럼프는 동맹의 가치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다음은 일문일답

-미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누가 이길까


△바이든이 여전히 앞서고 있다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국단위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는 여전히 8~9%포인트로 뒤지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통계적인 오차범위를 감안할 때 40-44%의 사에서 움직이며 4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경합주(州)에서도 확고하지는 않지만, 바이든의 우세가 두드러진다.

-트럼프의 소위 ‘중국 때리기’는 어떻게 평가하나.

△무역에 관한 한 트럼프는 보호주의자이자 신(新) 고립주의자이다. 그는 커지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다른 방법보다는 주로 관세에 의존한다. 최근의 중국 IT기업 때리기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틱톡 매각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의 승리로 보기는 어려울 거다. 매각이 성공하더라도 소량의 현금 이익을 챙기는 데 그칠 것이다. 플랫폼 소스코드 등을 유지하게 되는 중국의 승리로 봐야 한다.

-美대선 이후 미·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미·중 관계가 날로 악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점점 강해지는 중국으로선 패권에 도전할 수밖에 없고, 이에 미국은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트럼프는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 비전이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든 후보 등) 정적(政敵)들이 중국에 밀착한다는 점을 강조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다 보니 더 중국에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중국 또한 무역과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대만, 인도 국경, 남중국해 등 주변국 문제에 대해 미국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누가 대통령이 돼도 양국 간 긴장은 지속할 거다.

-한국내에서는 트럼프가 승리해야 대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누가 미 대통령 자리에 오르든 진전은 없을 것이다.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따라서 미국의 시선은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고 않은 이란을 향할 것이다. 국가안보와 외교면에서 대(對)이란 정책을 북한보다 훨씬 높은 우선순위에 둘 거다. 이란과 대치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지역은 핵전쟁의 진짜 망령을 불러올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다.

-트럼프가 연임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현 외교안보라인이 유지될까


△지난 3년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4명의 국가안보보좌관과 3명의 국방장관 3명, 2명의 국무장관을 뒀다. 트럼프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중 그 누구도 오래 복무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한국 내에선 바이든 당선 시 지지부진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럴 것이다. 빨리 타결되길 기대한다. 만일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는 등의 조처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는 지난 40년간 해외주둔 미군의 철수를 원해온 인물이다. 이건 트럼프 외교 비전에서 상수이다. 트럼프는 동맹의 가치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일본은 이제 막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대’를 열었다. 최악의 국면을 맞았던 한·일 관계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나.

△그러길 바란다. 그러나 녹록지 않을 거다. 양국 관계는 양국의 국내정치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항구적인 화해를 위해선 여론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일 양국 통치자들처럼 대부분의 민주주의 지도자들은 여론에만 반응한다는 점에서다.

☞자누지 회장은…지난 30년간 미 행정부와 의회, 유엔 등 국제단체를 넘나들며 동아시아 관계 업무를 다룬 미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를 방문해 대북정책을 조언한 것을 계기로 친한(親韓)파로도 잘 알려졌다. 5차례 방북해 평양과 개성 등을 찾았던 자누지 회장은 2014년 맨스필드재단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국제앰네스티(AI) 미국 수석부회장을 지내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물.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안보·국제관계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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