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측이 한·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장기 난항으로 4월부터 무급휴직 상태에 들어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한국이 지급하는 방안에 양국이 합의했다고 밝히자마자 한국 측에 방위비 증액 요구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먼저 타결하자’는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한 제스쳐를 취한 것인 만큼, 방위비 증액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일각의 관측이 현실화한 셈이다.
마크 내퍼
(사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4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최근 SMA(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진전이란 지난 2일 4000여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사태를 해결하고자 인건비를 한국 정부가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미국 측이 수용한 사실을 의미한다. 이어 “궁극적으로 SMA는 필요할 경우 북한의 공격을 저지하고 방어하기 위해 우리 동맹이 유능하고 준비돼 있다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무급휴직 상태에서 우리는 이것이 준비태세와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내퍼 부차관보는 “이것(무급휴직 상태 해소)이 SMA를 매듭지을 필요성을 없애진 않는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지금까지 협상에서 매우 유연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한국 정부가 같은 유연성을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압박을 재개했다.
그간 미국 측은 현 방위비의 5배에 달하는 50억달러를 요구해오다 현재 50% 인상한 수준 13억달러를 제시했으며, 이를 두고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고 포장해왔다. 이에 맞서 한국은 ‘13% 인상안’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 양국 간 분담금 협상은 장기전으로 흐르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측은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타결을 또다시 ‘미국이 양보한 것’으로 몰아가면서 한국 측에 분담금 증액 요구를 재차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앞서 미 국방부도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타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결정으로 양국 사이에 더 공평한 인건비 부담이 가능해졌고, 동맹 대비 태세도 갖춰졌다”며 “미국은 협상 접근법에 있어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 왔다. 한국도 똑같이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