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심 계열 분리하라” 김상조 엄포에…관련기업 주가 '휘청'

“SI·물류·광고회사 지분 정리해야”…주가 직격탄
지방선거 후 법안 추진 가속화 가능해 ‘발등의 불’
  • 등록 2018-06-17 오전 10:45:08

    수정 2018-06-17 오전 10:45:08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미국과 유럽 긴축 우려로 불확실성이 상존하던 주식시장에 정부의 재벌 개혁 압박까지 들이 닥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들이 소유한 일부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관련업체 주가가 휘청인 것이다. 통상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투명성 제고를 가져와 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불리지만 당장 지분 처리 불안이 악재로 작용한 양상이다.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성에스디에스(018260) 주가는 전날보다 14% 급락한 19만6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업 자체 별다른 이슈는 없었지만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 14일 비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업종까지 언급해 매도세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이나 펀더멘털 요인이 아니라 정책 리스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재벌 기업들의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핵심사업과 관련이 없는데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해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분 매각이 어려우면 계열을 분리하라는 지침도 전했다.

그룹 내 SI나 물류, 광고 계열사들은 그간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 수단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김 위원장이 자발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을 해소할 것으로 당부한 것이다. 다만 대기업 계열에서 벗어날 위기에 처한 관련 업체들의 투자자들은 혼란에 휩싸이며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에스디에스를 비롯해 신세계그룹 정보통신기업 신세계 I&C(035510)도 14% 가까이 급락했다.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214320)제일기획(030000)은 각각 7%, 4%대, 물류회사 CJ대한통운(000120) GS리테일(007070)은 각각 3%, 2%대 하락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업종과는 연관이 없지만 삼성그룹의 삼성카드(029780) 호텔신라(008770) 삼성생명(032830) 에스원(012750) 등을 비롯해 현대비엔지스틸 현대차투자증권(001500) 등도 부진했다. 지주회사인 LG(003550) SK(034730) 롯데지주(004990) 등도 소폭 내렸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로 여당의 국회 장악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재벌 개혁 발언은 빠른 법안 시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감몰아주기,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의결권 제안,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 핵심 주주자본주의 법안은 현재 계류 중인 상태로 지방선거 후 법안 추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법안 추진이 가속화되면 대기업 집단의 지분 매각·합병 등이 보다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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