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의 비사이드IT]당신의 재택근무는 안녕하십니까

韓 근로자 재택근무 장점에도 선호도 낮은편
일·가정 경계 무너지고 업무시간 오히려 늘어
탄력적인 근무환경·'가고싶은' 회사 만드는 노력 필요
  • 등록 2020-10-10 오전 9:30:00

    수정 2020-10-10 오전 9:30:00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재택근무가 확산됐다. (사진= 픽사베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회사에서 놀 땐 눈치가 안 보였는데 집에서 놀면 눈치가 보인다” “점심시간에도 일하게 된다” “분명 종일 일한 것 같은데, 또 일한 것 같지가 않다”

주위에서 재택근무의 스트레스와 피곤함에 대해 호소할 때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지요. 근무형태 역시 전례 없이 급격하게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5월쯤’이었다가 그 다음엔 ‘여름이 되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내년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로 바뀌었습니다.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보단 나아졌지만, 언제 다시 재확산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이로인한 비자발적인 재택근무도 연장되고 있습니다. 시간절약, 일·가정 병행, 직장 내 스트레스 감소 등의 장점도 있지만, 한쪽에선 솔직하게 “힘들다”는 말도 못하겠다며 과로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라클과 인사 연구·자문 회사인 워크플레이스 인텔리전스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11개국 총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업무환경 변화에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자료= 오라클)


“韓 근무자 재택근무 선호도 40%”…장점만큼 단점도 있다

물론 재택근무 자체가 불가능한 직업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계는 물론 영업직이나 서비스업 종사자, 대다수 공공기관에서도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사무직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된 것은 분명 전세계적인 트렌드 입니다.

재택근무에 대한 찬반 양론이 대립하는 가운데, IT업계가 재택근무 시행 비중이 높아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최근 눈길을 끄는 연구결과가 하나 있었습니다.

미국 IT 기업인 오라클이 인사 연구·자문 회사와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는데요. 코로나19가 전세계 근로자들의 정신건강에 (역시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세계 평균대비 낮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안감과 우울함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당연하던 일상을 포기해야 하고 건강에 대한 염려증과 미래 불확실성은 커졌으며 경기 침체와 금여삭감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재택근무의 선호도가 40%로 글로벌 평균치(62%) 보다 낮다는 점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11개 조사 대상국 중 일본(38%) 다음으로 낮은 수치이기도 했습니다.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 개인생활과 업무 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로인해 더 많은 양의 일을 하게 되고, 심지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달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되자 기업은 물론 관공서 등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사진= 뉴시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맞아 근로방식에 대한 고민 필요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택 근무는 선택이 아니고,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집에 모여 있으니 일에만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니 말입니다.

근무 환경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재택근무보단 원격·유연근무가 맞습니다. 굳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회사에도 갈 수 있는 것이지요.

원치 않은 계기이긴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하는 장소에 대한 고정관념은 많이 깨진 것 같습니다. ‘일은 회사에 나와야만 할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시스템만 잘 마련이 된다면 원격근무를 병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도 경험적으로 증명됐습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재택 혹은 원격 근무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업무의 성격과 개인의 상황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기도 하고요. 다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발전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요.

코로나19 사태 이전이긴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 같은 미국 IT 기업들은 의외로 사무실 근무를 강화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직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활발한 소통이 이뤄져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혁신의 기반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대신 맛있고 다양한 식당 메뉴, 편안한 휴게시설, 어린이집·유치원 등의 직원 복지를 강화해 나오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데 힘쓴다고요.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바쁠 때 일을 더 했다면 반대로 한가할 땐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독일에서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초과근로를 했을 때 수당을 받는 대신 더 일한 시간을 적립해뒀다가 경기 불황기에 유급휴가로 활용하는 제도입니다.

코로나19로 지금까지의 상식과 질서가 바뀌는 ‘뉴노멀’ 시대가 왔습니다. 기존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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