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나온 탄소, 저장은 말레이시아에?

탄소 포집하고 저장, 활용하는 'CCUS' 사업 본격화
국내 기업들 말레이시아 국영기업과 제휴
국내 산업단지 탄소 말레이시아에 저장
미국 프로젝트 참여해 탄소배출권 확보에도 나서
  • 등록 2022-09-10 오전 9:30:00

    수정 2022-09-10 오전 9:3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탄소포집·저장(CCS)’과 ‘탄소포집·활용(CCU)’ 등 기술이 본격화하고 있다.

CCS는 말 그대로 생산설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소에 저장하거나 건설자재 등으로 다시 활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기 쉽지 않아 CCUS 기술이 있어야만 탄소중립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CCUS 기술은 수소경제에서도 중요한 기술로 손꼽힌다. 석유화학 관련 회사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는 그레이수소지만, CCU 기술을 활용하면 블루수소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생산 단가가 아직 높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블루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북미 바이오에탄올 시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CCUS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국내에 탄소를 저장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저장 장소를 찾기도 하고, 미국 등에서 CCS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탄소배출권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과 SK, 롯데 등 주요 기업의 계열사들이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과 CCS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GS에너지, SK에너지, SK어스온,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 7개사는 한국-말레이시아 간 탄소 포집-운송-저장사업인 셰퍼드CCS 프로젝트(Shepherd CCS Project) 개발 공동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 국내 허브(Hub)에 집결시킨 후 말레이시아로 이송, 저장하는 사업이다.

허브를 통해 여러 기업이 배출한 탄소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 처리, 이송 등에 있어 경제성을 높일 수 있으며, 국가 탄소관리 차원에서도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참여사들은 향후 국내 다른 탄소배출 기업들의 참여를 통한 사업 확장도 모색할 계획이다.

SK E&S는 CCS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의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편, 호주에서도 CCS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SK E&S가 참여하는 미국의 CCS 프로젝트는 미국 중서부 지역 5개주 32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연간 최대 1200만톤(t)까지 포집·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공장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총 길이 3200Km에 달하는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돼 노스다코타(North Dakota)주에 건설 예정인 지하 탄소저장 설비에 영구 저장된다.

SK E&S는 1억1000만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해 사업 주체인 서밋 카본 솔루션즈(Summit Carbon Solutions) 지분 약 10%를 확보하고 앞으로 미국 등 글로벌 대형 CCS 사업 참여를 늘리는 한편, 탄소 배출권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 E&S는 현재 호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에도 CCS 기술을 접목해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제거할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한국특수가스와 손잡고 CCUS 사업에 진출한다. 2024년까지 여수국가 산업단지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연간 7만t 규모의 CCUS 설비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발전소의 스팀, 전기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부터 이산화탄소만을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방식이며 한국특수가스는 CCUS 설비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액화탄산으로 재탄생해 탄산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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