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눈물`에 모인 1200명 `동지`…尹의 칼날에 하나된 野[국회기자 24시]

檢, 민주당사 재압색에 피의 전쟁 치른 野
시정연설 불참·장외투쟁·규탄대회 등
전방위 대응 나선 野…"협치는 없어"
李·文 겨냥한 공격에 하나된 野
`李 방탄` 위한 당력 소모에 비판도
  • 등록 2022-10-29 오전 10:20:00

    수정 2022-10-29 오전 10:20:00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지난 24일 검찰의 민주당사(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재시도가 이뤄지자 이 대표는 “대한민국 정당사 역사에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울먹이며 비판의 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이 대표의 눈물에 동한 1200명의 ‘민주당 동지’들은 국회 본청 앞에 모여 정부·여당의 폭력에 맞서 이겨내겠다며 다시 한 번 결집했습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분열의 조짐을 보였던 민주당이 다시 하나가 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檢과 전쟁치른 野 “李 문제 아닌 당의 문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오전 8시 45분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근무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지난 19일 민주당과 검찰 간 강 대 강 대치가 8시간 동안 지속되자 압수수색은 불발됐죠. 그 이후 닷새 만에 검찰은 출근길을 틈타 다시 민주당사를 찾았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검찰의 재진입에 이 대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정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시정연설 전 대통령 자신의 막말과 함께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사과를 함께 요구했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란 듯이 깔아뭉갠 것”이라고 질책을 했습니다.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이 대표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전방위 대응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국정감사를 연기했고 이 대표는 당사로, 80여명의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로 향해 각각 규탄 발언을 했죠.

이 대표는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진행 중인 당사를 찾아 눈시울을 붉히며 “국민이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말고 퇴행한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실 바란다. 비통한 심정으로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각 대통령실 앞을 찾은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독재 신(新)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협치는 끝났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해 맞서 싸우겠다”며 대치 전선의 연장을 예고했습니다.

투쟁의 끝은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의 불참 결정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시정연설에 야당 의원들이 집단 보이콧을 한 사례는 헌정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이후 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이 XX, 사과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등 피켓을 내걸었으며 특히 윤 대통령이 국회에 등장하자 ‘침묵 시위’로 규탄을 이어갔습니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과정에서 있었던 부적절한 발언을 같이 내건 것은 이번 시정연설 거부가 자칫 ‘이재명 지키기’로 축소 해석될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에 들어서자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주당의 규탄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26일 민주당 의원, 원외지역위워장, 당직자와 보좌진, 지지자들까지 모여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연 것이었습니다. 1200명이 모인 대규모 규탄대회는 흡사 시청 광장 앞 집회를 떠올리게 했죠.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호소에 민주당이 하나로 모인 상징적인 날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정부 여당에 경고한다. 야당 탄압으로, 전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현 정부가 만들어낸 민생참사 국방참사 외교참사 경제 참사 가릴 수 없다”며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함께 힘을 모아 저 무도한 정부 여당의 폭력을 이겨내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우자”고 목놓아 외쳤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野, 통합에도 “李위한 총력…아쉬워”

이번 윤석열 검찰의 압수수색에 이 대표를 향했던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잠시 사그라지고 야당이 하나가 된 계기였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화살이 이 대표 개인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향해서도 무차별하게 쏟아지고 있는바 이는 곧 민주당 전체를 겨냥한 공격으로 보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검찰의 두 번째 민주당사 압수수색은 “실익이 없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미 지난 22일 김 부원장이 8억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됐기에 더이상 압수수색을 할 의미가 사라졌다는 것이죠.

실제로 검찰은 김 부원장이 사용한 PC에서 문서 파일과 엑셀 파일 등 약 4개의 파일을 확보해 돌아갔으며 이 파일에는 민주당 당직자 명단 및 이력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혐의와는 관련 없는 문서이기에 민주당사 압수수색은 보여주기 식의 겁박이었다는 것이 당내의 의견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당내 일각에선 여전히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미 이 대표가 당선되기 전부터 온 당력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쏟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어쩔 수 없지만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선이 끝난 지 여섯 달이 지나간 시점이지만 여전히 ‘대선’을 치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매일 입이 아프도록 외치는 민생 과제가 쌓여 있다는 점을 안다면 서로를 향한 공세는 그만두고 진실로 민생을 살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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