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존재감 '0'…대안 부재와 무관심이 아베정권 지탱"

마쓰모토 마사오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 인터뷰
"일본 IT인프라 뒤떨어져 있어…코로나19로 만연하게 드러나"
"日국민·정치적 무관심…日경제 장기 침체시 바뀔 수도"
  • 등록 2020-05-25 오전 5:00:00

    수정 2020-05-25 오전 6:01:21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19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국가가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은 그 이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이같은 논의를 진행할 만한 정보기술(IT)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습니다.”

마쓰모토 마사오(사진) 일본 사이타마대학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이메일과 전화로 진행됐다.

‘재난과 위기에 강한 나라, 일본’이라는 이미지는 이번 코로나19로 완전히 무너졌다.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졌던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 사건부터 턱없이 적은 검사 횟수, 이른바 ‘아베노마스크’ 해프닝 등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일본의 모습은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다.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접촉자를 특정해 검사를 진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확진자 정보를 아주 제한적으로만 공개한다. 마쓰모토 교수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라 일본정부가 확진자 동선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침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일본의 아날로그 상황이 만연하게 드러났다”며 “그 현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

검찰청법 개정 막은 해시태그 물결…“아직은 일부 네티즌의 일”

실제 코로나19로 일본도 변화하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치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라는 태그를 단 배우 이우라 아라타 씨의 트위터. ‘더 이상 보신을 위해 법률도, 정치도 왜곡시키지 말아달라, 이 나라를 망가뜨리지 말아달라’고 적혀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지난 10일 일본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단 이 트윗이 단시간에 수백만 건 넘게 리트윗된 것. 문제가 된 법안은 검사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로 끌어올리고 내각이 인정하면 정년을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아베 신조 총리가 친분이 두터운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을 검찰총장으로 앉히기 위해 법개정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올해 만 63세인 구로카와 검사장은 당초 올해 2월 이미 정년퇴직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베내각은 이 검사장의 정년을 2년 더 연장했다. 정년을 연장한 근거를 두고 논란이 일자 아베 총리는 아예 법 개정안을 추진한 것이다. 평소의 일본이라면 그냥 묻혔을 일이었다. 그러나 도쿄도의 한 여성이 올린 트윗은 반향을 일으켜,수십만건씩 리트윗되고 연예인·만화가 등 유명인들까지 동참했다. 결국 지난 18일 아베 내각은 백기를 들고 해당 법안을 철회했다.

마쓰모토 교수는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정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는 일부 네티즌에 한정된 것으로 일본 사회 전체적으로 퍼지고 있는 정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베 지지층도, 非지지층도 불만…대안 부재가 문제”

마쓰모토 교수는 아베 내각을 지지하는 이든, 지지하지 않는 이든 아베 정권의 문제에 대해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회의 모임을 사적인 후원 모임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한 ‘벚꽃 스캔들’이나 아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카지노를 포함한 통합리조트(IR)’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부패 문제,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대응까지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상하지만, 그다음에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부딧치면 답이 없는 게 현재의 일본정치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일본 정치의 진짜 문제점은 ‘대안의 부재’라는 것이다.

마쓰모토 교수는 “정말 야당이 존재감이 없다”며 “자민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과 부정부패에 한 번 야당에 정권을 넘겨줬지만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 아직도 ‘악몽의 민주당 시대’라는 아베 총리의 캐치프레이즈가 먹히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자민당은 어떠한가. 마쓰모토 교수는 “아베 총리는 자신의 후계자가 될 만한 이들을 철저하게 짓밟아(潰して) 왔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아직 아베 총리에게 대항할 적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지만 최근까지도 당규를 바꿔서라도 아베 총리가 4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고한 지지율은 조금씩 균열을 보이고 있다.

NHK 5월 아베 내각 지지율은 2%포인트 하락해 37%를 기록했다. 비지지율은 7%포인트 상승해 45%로 재작년 6월 이후 약 1여년 만에 지지율보다 비지지율이 높았다. 코로나19로 생활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82%, 아베 내각의 코로나 대책에 대해서는 긍정평가가 44%, 부정평가가 53%였다. 그러나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아베 총리가 다시 부활에 성공했듯 지금 이 시점에서 일본 정치의 향방을 단정하기는 아직 섣부르다.

마쓰모토 교수는 일본 정치의 변환점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경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 젊은 층들은 정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아도 먹고 살만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로 일본 경제가 침체되고 자신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다는 것이다”라며 “아무도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렵기를 바라지는 않지 않는가. 일본 정치가 바뀐다는 것은 일본 경제가 그만큼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 1분기 일본 국민총생산(GDP)은 연율 기준 3.4%,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마쓰모토 마사오 교수는

사이타마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정치학 박사)로 마이니치신문과 전화조사기업 ‘그린십’이 함께 설립한 여론조사센터 ‘사회조사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여론조사와 정당지지’, ‘정치의식도설’ 등 여론조사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본의 현재를 파악하고 다양한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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