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초저출생 상황 속, 일·가정 양립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근로자 등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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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2016년 실시한 일·가정 양립 정책 국민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 분위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한 사람이 68.8%에 달했다. 응답자의 41.5%가 ‘사업주의 근로자의 일·가정양립 제도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고용노동부가 6년이 흐른 2022년 실시한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산전·후휴가제도에 대한 사업체 인지도 조사에선 61.5%가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육아휴직제도(49.3%) △배우자 출산휴가(47.4%) △임신기근로시간단축제도(44.4%)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36.6%) △난임치료휴가제도(24.7%) △가족돌봄휴직제도(22.9%) △가족돌봄 등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제도(18.1%)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2곳 중 1곳에도 못 미쳤다.
| 표=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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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가정양립을 위해 꼭 필요한 유연근무제로 꼽히는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중 하나 이상 도입한 사업체는 전체 사업체 가운데 4곳 중 1곳(25.1%)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직장인들은 일과 양육을 병행하다 ‘번아웃’ 되고 결국 ‘일이냐, 가정이냐’의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대부분 여성이 이런 갈림길에 서게 되는 구조다. 젊은 여성은 아예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출산과 양육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일·가정양립 우수기업 성과공유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차원의 우수사례 발굴, 확산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은 ‘내 아이는 내 손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늘고 있지만 장시간 근로와 원거리 출·퇴근 상황에선 사실상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출·퇴근시간은 평균 120분이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한다고 해도 출근과 퇴근에 1시간씩 사용하고 나면 실제로 하루 평균 자녀돌봄시간이 48분에 불과한 것이다.
김영란 연구위원은 “유럽 기업들은 근로자들을 충분히 고용해 누구나 휴가나 유연한 근무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며 “대체인력 고용시 늘어나는 기업 부담을 정부는 사회보장세를 활용해 보완하다 보니 기혼 여성이나 남성을 많이 고용했다고 해서 기업이 손해보는 구조가 아니다. 근로자도 업무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한다”고 소개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도 “근로자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일·가정 양립이 기업 생산성 향상과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인프라를 정부가 깔아주는 등 민·관이 함께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