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양형사유 '반성'…이재명 판결문엔 없다[생생확대경]

"미친 판결" 외치는 野…우려되는 격렬한 저항
'반성'은 양형요소…겸허한 태도로 기회찾아야
재판은 이어진다…민주주의 성숙도 가늠 척도
  • 등록 2024-11-19 오전 5:00:00

    수정 2024-11-19 오전 5: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현실의 법정은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후 이같이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며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하는 정치 판결”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윤석열 정치검찰은 사건 조작과 억지기소를 통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살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격렬한 저항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130쪽짜리 이 대표 1심 판결문을 보면 일반적인 형사 판결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고인의 반성’이나 ‘반성의 정도’ 관련 내용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보인 피고인 측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반성 여부는 양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형사 피고인이 담당 판사를 겁박하는 것은 최악의 양형 가중 사유”라고 말했다. 다만 여권에서 ‘반성’을 요구하는 것 역시 정치적 공세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는 이미 반성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공자의 제자 증자는 “하루에 세 번 나 자신을 돌아본다”며 자기성찰이 삶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했다. 기독교의 ‘회개’, 불교의 ‘참회’ 모두 반성이 지닌 치유와 화해의 힘을 보여주고 반성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한 원로 법조인은 “법정은 정의와 책임, 반성과 용서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라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는 그 잘못을 씻는 첫걸음이 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종종 수사나 재판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며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접근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이를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정치의 덕목이다. 특히 공직자나 정치인이라면 일반 시민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많은 공직자의 재판을 지켜보며 교훈을 얻었다.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이들에 대해 사회는 더 너그러운 시선을 보냈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거나 타인을 비난하는 모습은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재판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이후 정치인으로서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법정에서 보이는 태도는 단순한 처세가 아닌, 공인으로서의 책임감과 도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당사자의 인격과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여러 정치인 재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보여줄 자세와 태도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법과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구성원들의 성찰하는 자세,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용기,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관용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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