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巨野 정치 셈법에 발목잡힌 감세 법안

  • 등록 2025-01-15 오전 5:00:00

    수정 2025-01-15 오전 5:00:00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원하고 소상공인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야가 지난해 11월 국회 통과를 합의한 조세 개편 논의가 올 스톱됐다. 여야 간사가 지난해 처리하지 못한 44개 세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의견을 모았으나 더불어민주당의 태도 변화로 관련 논의가 중단된 탓이다. 이들 법안 중에는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과 전통시장 신용카드 공제율 확대, 건설사 구조조정 지원 및 국가 전략기술에 인공지능(AI)과 미래형 선박을 포함시키는 법안 등이 들어있다. 모두가 불황을 극복하고 불확실성을 낮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을 싣는 데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갑작스런 변화가 정치 셈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 내부에서 소상공인 세 부담 완화 법안 등을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으로 돌리자는 목소리도 나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주부터 “간사 간 협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정을 쥐락펴락해 온 민주당의 이런 자세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K칩스법의 경우 일부 조항에 정부가 난색을 표했어도 민주당은 이 대표가 힘을 실어주며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먹사니즘’을 강조해 온 이 대표의 소신과 국가 대항전으로 확대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런데도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자 민주당은 태도를 바꿨고, 법안 처리를 기다렸던 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다시 절망시켰다. 경제계가 최근 “설 연휴 전에라도 처리해달라”고 거듭 절규하고 나선 이유다.

탄핵 정국이 한 달을 넘기면서 국가 기능엔 적신호가 가득해졌다. 윤석열 정부의 연금·교육·노동 등 3대 개혁은 제동이 걸렸고 관료 사회는 몸 사리기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외국 자본 이탈 및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등 잠재적 경제 위기에 이어 국가 존립 기반을 위협할 또 다른 악재다.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은 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감세 법안의 신속한 처리 등을 통해 기업의 미래와 민생을 진정 걱정하고 나선다면 실보다 훨씬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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