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법관 거짓말" 주장 양승태, 법정가서 후배들과 다툴까

법관들 "梁, 직접개입" 취지 진술…梁, 증거 동의여부 선택
부동의하면 선·후배간 불편한 법정다툼 벌어질 수도
임종헌, 이규진 등과 법정서 다툴 예정
MB, 1심서 동의…징역 15년 나오자 2심 증인 대거신청
  • 등록 2019-02-05 오전 10:12:15

    수정 2019-02-05 오전 10:12:15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핵심 연루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 주요 증거인 전·현직 법관들의 진술조서에 동의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후배 법관의 모함·거짓말”을 주장한 양 전 원장이 조서의 증거사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선·후배 법관들이 사법농단의 진위를 두고 다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설 연휴기간 동안 양 전 원장을 몇 차례 불러 조사한 뒤 구속만료 기간인 오는 12일 전까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양 전 원장과 함께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증거 부동의시 후배들과 불편한 싸움 벌어야

양 전 원장은 기존 최정숙 변호사(52·사법연수원 23기)와 김병성(41·38기) 변호사에 더해 판사 출신인 이상원(50·23기) 변호사를 추가 선임해 재판준비에 일찌감치 나선 모습이다. 이와 관련, 양 전 원장이 혐의입증 증거로 제시된 후배 법관들의 진술조서를 받아들일 지 주목된다. 재판이 시작되면 피고인 측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이후 공판기일에 혐의 인정 여부 및 증거사용 동의 여부에 대한 의사를 밝혀야 한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등 다수의 재판개입과 법관 사찰 및 인사불이익 등에 직접 개입했다는 취지의 다수 법관들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법관은 줄잡아 100명이 넘는다. 검찰은 특히 양 전 원장이 강제징용 소송의 결과를 사실상 뒤집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당시 대법원 주심 김용덕(62) 전 대법관의 진술도 갖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검찰조사에서 주요 혐의를 부인하며 “기억이 잘 안 난다”거나 “실무자들이 알아서 해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선 자신에게 불리한 후배 판사들의 진술에 대해 거짓말이라거나 모함이라고도 주장했다고 한다.

양 전 원장이 검찰이 신청한 전·현직 법관 진술조서의 증거사용에 동의하면 이를 바탕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이 경우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을 피할 수 있어 비교적 빠른 진행이 가능할 수 있다. 만약 부동의하면 한바탕 법정공방이 불가피하다. 검찰이 신청한 참고인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동의해야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진술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내 검찰과 변호인이 신문한다.

법조계에선 양 전 원장이 진술조서에 전면 부동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법관들의 검찰 진술 신빙성을 부인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법정에서 후배들과 사실관계를 다투며 서로 얼굴 붉히는 상황을 원하지 않은 거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소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양 전 원장이 증거부인을 이유로 후배들과 다투는 모습은 법원 내 그에 대한 우호적 여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며 “직권남용죄 미성립 등 법리다툼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슷한 이유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전·현직 법관의 진술조서의 증거사용에 대체로 동의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양승태 전초전’ 임종헌, 이규진과 다툴 예정

양 전 원장 재판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검찰이 신청한 현직 법관들의 진술조서에 대체로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차장 측은 다만 이규진(57)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조서는 부동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이 전 위원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전 위원이 양 전 원장의 각종 지시를 꼼꼼히 기록한 ‘업무수첩’은 양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의 핵심 증거가 됐다. 이에 따라 양 전 원장 역시 이 전 위원을 법정에 불러 다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명박(71)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5월 1심 재판이 시작되자 검찰 수사기록의 증거사용에 동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변호인단에 “대부분 증인들이 같이 일을 해왔던 사람들인데 그들이 검찰에서 그 같은 진술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그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와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추궁을 하는 건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금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받자 항소심에서 변론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진술자 1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경우 1심에서 검찰과 특검의 진술조서 등 증거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00명이 넘는 사람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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