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파로 붐비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
[이데일리 김명상/이민하 기자] 싱가포르 큐텐그룹이 운영하는 e커머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 지연 사태’로 여행 업계와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판매사(항공·여행사)에 제공해야 할 정산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여행상품 판매 중단, 예약 취소 등 피해 범위와 규모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24일 여행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해 항공·숙박·여행상품 등을 판매하던 여행사들은 이미 대부분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상품을 예약한 고객에게는 구매 취소 후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다시 상품을 예약하고 재결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출발이 임박(이달 말까지)한 상품은 예약 취소나 변경 없이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8월 이후 출발하는 상품부터는 모두 재결제를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름휴가를 코앞에 둔 여행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두 번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티몬과 위메프에 지급한 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재예약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항공·여행사가 출발이 임박한 경우 취소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재예약, 재결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카드로 결제한 상품의 경우 환불까지 평균 1~2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고객의 비용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기존 상품에 적용됐던 각종 할인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재예약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꼼짝없이 휴가 계획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한 여행객은 “티몬에서 일본 여행 예약을 했는데 여행사가 오늘 오후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확정된 예약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며 “금액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데 아직 환불을 받지 못해 재결제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자금력이 약한 중소 여행사들이다. 인지도가 낮아 자사 채널보다 해당 플랫폼 판매 비중이 높았던 만큼 정산 문제가 계속되면 ‘최악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비명도 나오고 있다. 대형 여행사와 달리 홍보력이 낮은 일부 중소 여행사는 티몬, 위메프 판매 비중이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수일 내로 정산금 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폐업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한 중소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는 여행사”라며 “티몬·위메프에서 구매 후 불안감을 느끼고 취소하는 고객에게는 수수료 없이 처리해주고 있지만 항공사, 호텔에 지급하는 취소 수수료는 여행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여행사들은 티몬과 위메프 측에 25일까지 정산금 지급을 요청한 상태다. 하나투어 등 여행사들은 마지막 제시한 기한까지 정산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티몬과 위메프에서 모든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