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인데 벌써 170곳 문닫아…건설업계 "일감·일자리가 없다"

공사비 고공행진에 불확실한 정국까지 겹치며 '한파'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 17개월째↓…실업급여 신청은↑
신동아건설 등 대기업도 휘청…폐업신고 2주만 170곳
"SOC예산 추가 편성, 단기간 공공공사 물량 확대해야"
  • 등록 2025-01-15 오전 5:00:00

    수정 2025-01-15 오전 5:00: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노임비를 줄이겠다고 나서도 일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니 주변에 벌써 회사 문 닫은 곳이 적지 않아요.” 조적(벽돌쌓기) 전문 기술인력인 A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눈에 띄게 줄어든 일감이 새해는 아예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미장·방수·조적 전문건설업체를 20년째 이끌고 있는 B씨는 “일감 좀 달라는 부탁이 더해지면서 연초 새해 인사 연락이 예년보다 유독 많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원청격인 대형 건설사들도 신규 수주를 꺼리다 보니 협력사인 우리 회사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라 하릴없이 전화를 끊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신동아건설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내 건설업계가 연초부터 심각한 일감 부족에 직면했다. 지난 한해 내내 치솟은 공사비가 올해에도 좀처럼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계엄 및 탄핵정국으로 건설업계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그야말로 존폐 위기에 놓인 모양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추가 편성 등 공사 물량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31만 1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5만 9000명(+1.1%)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건설업은 1만 7000명(-2.2%) 줄어든 76만 2000명으로 반대 흐름을 보였다.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은 것으로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실직자 수 역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8000명(+9.0%) 늘어난 10만 1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건설업이 1만 7300명(전년동월대비 4600명(+34.3%) 증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실직자 수 증가에 그치지 않고 부도 또는 폐업을 결정하는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2023년 말 시공능력평가 24위의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이어 연초 58위 신동아건설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국내 건설업 붕괴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불안하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 신고한 건설업체는 29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폐업을 신고한 건설업체 역시 3675곳으로, 2020년(2534곳)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이날까지 폐업을 신청한 건설업체는 이미 170곳으로 전년동기(158곳) 대비 12곳이 더 늘어난 모습이다.

건설경기 불황은 고용불안으로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서둘러 팔을 걷어붙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형적인 건설경기 침체 상황”이라며 “경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내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SOC 예산을 추가 편성해 공공공사 물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은 산출액 10억원 당 취업자 유발 인원이 제조업 평균(6.5명) 보다 많은 10.8명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며 “정부가 내세운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은 올해 당장 공사물량을 늘리기 쉽지 않은 만큼 단기간 공사물량을 확실히 늘릴 수 있는 재정사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추가적인 재원 또한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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