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지지율로만 보면 압도적이다. `대세론` 속에 176석의 거대 여당 수장에 오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못지 않다.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얘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6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10.1%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이낙연 대표(30.5%), 이재명 경기지사(15.6%)와 3강 구도를 형성했다. 첫 등장과 함께 보수 야권 1위를 차지했다. 7월 조사에선 14.3%로 더욱 상승했다. 70세 이상과 PK,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지지층, 보수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지난달엔 2.7%포인트 하락한 11.1%를 기록, 10%대 초반으로 내려갔으나 3위는 유지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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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치권에선 심심찮게 윤 총장 `대망론`이 등장한다. 선호도 조사에서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자신을 제외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예나 지금이나 정무적 감각은 없다”며 정치권과 선을 그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과 달리 황교안 전 국민의힘 대표 이후 범야권에서 두각을 보이는 `잠룡`이 없는 현실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한 윤 총장의 발언은 기폭제가 됐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 실현한다”면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총선 압승 이후 다수결의 힘을 과시하고 정권 핵심을 겨냥한 수사로 사퇴 압박을 하는 거대 여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차라리 물러나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현명할 것”(설훈 전 최고위원) “해임안을 제출해야 한다”(김두관 의원) 등 여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허수아비` `식물총장`신세로 전락했다는 윤 총장이 과연 대선이라는 정치 무대에 본격 뛰어들까. 전문가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초임 검사 앞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총장의 발언이라고 보기엔 상식 밖”이라며 “머릿 속으로 계산된 정치 지향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본선 경쟁력이나 참신성을 기준으로 볼 때 다른 주자들에 비해 경쟁력이 가장 높다”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봤다.
그러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호도 조사와 현실 정치는 구분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여론조사 1위를 달리다 `신드롬`이 사그라들며 중도 포기한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예로 들었다. 신 교수는 “여론조사는 일종의 인기 조사나 마찬가지”라며 “선거를 한 번도 안 치러본 사람이 정치판에 나서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런 현실은 국민의힘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예상치 못한 운명의 길로 들어서게 할 수도 있다. 이는 정치판의 셈법과는 별도로 윤 총장 본인의 의지와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