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IPO 흥행실패…풋백옵션 도입이 두려운 증권사들

바이오리더스, 풋백옵션 의무 있었다면 주관사 수수료 날릴 판
성장성 높고 우량한 상장사도 시장 상황 따라 공모가 밑돌아
주관 수수료 높인다 해도 리스크 커…실효성 의문
  • 등록 2016-10-19 오전 6:40:00

    수정 2016-10-19 오전 6:40:00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지난 7월7일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바이오리더스 주가는 3개월여 만에 공모가 1만5000원에서 50.4%나 추락했다. 상장 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을 때만 해도 증거금이 2조2000억원 이상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상장 이후로 주가는 연일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1999년 설립한 이후로 만년 적자를 기록한 바이오리더스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 기회를 잡았다.

온라인 종합광고 대행사 에코마케팅은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110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만 4조246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2.0%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 전문가들은 성장성은 물론이고 우량한 재무구조까지 갖춘 새내기라며 상장 이후에도 양호한 주가흐름을 예상했다. 하지만 8월8일 상장한 이후로 주가는 공모가 3만5000원보다 21.9% 내렸다.

자이글(234920)은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공모가를 기존 희망 공모가대비 절반 수준인 1만1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 주식수도 560만주에서 448만주로 줄였다. 당초 예상보다 공모규모가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 공모가는 주가수익비율(PER) 8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여의도 증권가는 가격 매력이 존재한다고 평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지난 한 달간 공모가를 웃돈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수수료 고작 10억에 풋백옵션 비용만 18억”

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한 새내기 상장사 주가가 잇달아 부진하면서 금융당국이 공모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환매청구권(풋백옵션)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성장성과 안정성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 수급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 주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증권사가 성장성만 보고 적자 상태인 기업의 상장을 주관한 뒤 3~6개월간 공모가의 90%를 보장해주는 부담을 떠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리더스에 대해 풋백옵션을 적용했을 때 상장주관사인 키움증권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32억4000만원에 달한다. 시장에서 7440원에 살 수 있는 주식을 1만3500원에 사면서 발생할 평가손실은 약 18억원에 달한다. 키움증권이 지난 2년 6개월 동안 바이오리더스 상장 절차를 진행하며 받은 수수료 10억원을 제해도 손실이 막대하다.

“풋백옵션 부담 너무 커…수수료 인상도 한계”

물론 이는 공모로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모두 풋백옵션을 행사했을 것을 가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손실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실에서 전혀 나올 수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바이오리더스는 상장 후 나흘 동안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 기회가 있었다. 이후로는 공모가를 계속 밑돌았다. 증시 관계자들은 공모에 들어온 개인 가운데 일부는 공모가 밑에서 손절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증권사가 풋백옵션 부담이 있었다면 상장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며 “투자자도 이왕 손해볼 거라면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풋백옵션 제도는 성장성 특례상장, 일명 ‘테슬라 요건’을 통한 상장을 추천하거나 적자기업 상장을 주관한 주관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다. 3~6개월간 개인 청약물량에 한해 공모가의 90%를 보장해주는 풋백옵션을 부여토록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에코마케팅 자이글 등 다양한 사례 스터디를 해도 풋백옵션 제도는 주관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이 크다”며 “성장성이 우수하거나 공모가를 낮춰도 시장에서 주가흐름을 낙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수수료를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한 번만 실패해도 1년간 본부에서 번 수익을 날릴 위험을 누가 감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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