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TMI]더 깐깐해진 금감원 증권신고서 심사 이유는?

삼광글라스·에이프로젠 KIC 등 합병관련 수차례 정정요구
합병 전후 이해관계 크게 달라…객관적인지 판단
상장시 증권신고서도 정정 요구 잇따라…적자기업 상장 늘어
"장밋빛 매출 근거 보완 등 투자자 피해 줄이는 조치"
  • 등록 2020-09-04 오전 5:30:00

    수정 2020-09-04 오후 8:42:05

여의도 증권가는 돈 벌기 위한 정보 싸움이 치열한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쪽지와 지라시가 도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인 곳입니다. 너무 정보가 많아서 굳이 알고 싶지 않거나 달갑지 않은 내용까지 알게 되는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신조어도 있는데요. TMI일 수도 있지만 돈이 될 수도 있는 정보, [여의도 TMI]로 풀어봅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이테크건설(016250)과 군장에너지 등 자회사 합병안을 담은 삼광글라스(005090)의 증권신고서가 지난 2일 효력이 발생했습니다.

삼광글라스가 지난 4월 1일 첫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꼭 5개월 만입니다. 이 과정에서 삼광글라스는 합병비율 20%이상 조정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받기도 했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삼광글라스·에이프로젠 등 합병 증권신고서 `매의 눈으로`

OCI(010060)계열 삼광글라스는 지난 4월 1일 회사를 투자회사(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비상장사인 군장에너지, 코스닥상장사인 이테크건설의 투자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같은 3사 합병 관련 소액주주들은 삼광글라스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됐다며 반발했고, 금감원은 4월 10일 삼광글라스에 “합병시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자세히 기재하라”며 첫 정정을 요구했죠.

당초 5월 14일 예정됐던 주주총회는 7월 1일로 한 차례 미뤄졌습니다. 당시 DB금융투자는 삼광글라스의 합병비율이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며,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삼광글라스는 5월 20일 합병비율을 한차례 조정(삼광글라스 기준시가를 10% 할증)해 정정신고서를 냈지만, 금감원이 또다시 정정을 요구하면서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무기한 연기하는 결정을 지난 6월 15일 내렸죠. 당시 회사 측은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겠다”며 한 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두달 뒤인 지난 8월 13일 삼광글라스는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이후 추가로 3차례 정정을 통해 금감원의 어려운 심사를 통과하게 됐습니다.

1주당 합병가액은 삼광글라스 3만6451원,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21만5028원, 군장에너지 6만2144원이고, 합병비율은 삼광글라스 1: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5.8990974: 군장에너지 1.7048641로 확정됐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삼광글라스 합병 증권신고서)
이 과정에서 합병가액을 시가평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 소액주주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높였다고 설명했는데요, 자산가치 적용 시 소액주주 지분율은 46.7%로 처음 합병 증권신고서에 제시한 기준시가(45.9%)에 비해 0.8%포인트 높아지는 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48.6%에서 47.7%로 0.9%포인트 낮아집니다. 특히 합병을 통한 지분확대 의혹을 받았던 제기했던 장남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의 지분율은 최초 20.5%에서 최종 19.2%로 1.3%포인트나 낮아지죠. 차남인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 역시 18.6%에서 17.7%로 떨어집니다. 삼광글라스는 최초 합병 신고에 비해 합병비율이 20%이상 변경되면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받기도 했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증권신고서를 보다 꼼꼼히 보는 추세입니다. 특히 합병과 관련해서는 합병비율에 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객관적인 근거 파악에 힘쓰겠다는 건데요,

비상장 바이오 유니콘인 에이프로젠도 금감원의 촘촘한 심사에 수차례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고치고 있습니다. 에이프로젠은 코스피 상장사인 에이프로젠 KIC(007460)에이프로젠 H&G(109960)와 합병해 에이프로젠으로 사명을 변경할 계획인데요, 지난 6월 합병을 통한 코스피 상장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한 이후 무려 6차례나 정정 증권신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증시 상장 위한 증권신고서도 정정 잇따라

금융감독원은 합병 뿐 아니라 상장 시 신주발행에 따른 증권신고서(지분증권)에도 날카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통상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는 한국거래소의 한 차례 예비심사를 통과해 제출된 것이어서 정정 요구가 많지 않았었는데요, 최근엔 보완 요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저금리에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났고, 최근 기술특례 상장이 잇따르며 실적이 아닌 기대감과 미래 전망을 고려해 공모가가 결정되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정보가 부족한 증권신고서는 투자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어서죠.

코스닥 상장을 추진중인 피플바이오는 상장을 위한 신주 모집 증권신고서에 대해 지난달 31일 금감원으로부터 기재정정을 요구받았습니다. 피플바이오는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하려는 바이오 업체인데요, 금감원은 매출 전망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라며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회사측은 바로 다음 영업일인 1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했고 금감원의 재심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감원은 피플바이오뿐 아니라 상장을 앞둔 피앤케이(P&K)피부임상센타와 미코바이오메드, 노브메타파마에 대해서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P&K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높아 왜 이렇게 높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재를 하도록 요청했고, 미코바이오메드는 올해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 향후 전망에 대해서 좀 더 까다롭게 봤다고 전해지네요. 노브메타파마는 금감원의 정정요구로 일반청약 일정을 오는 16~17일에서 23~24일로 미루기도 했죠. 압타머사이언스, 핌스, 비비씨 등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기술특례상장이 늘어나 적자기업 상장이 늘어나고 있다”며 “회사의 자기소개서인 증권신고서를 보다 자세히 보는 게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도 무작정 `좋다더라`는 루머에 뛰어들 게 아니라 공모주 청약 전 증권신고서를 한 번쯤 꼼꼼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각 기업들의 자기소개서인 증권신고서를 파악하는 게 투자승률을 높이는 지름길이지 싶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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