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나치가 오스트리아 빈을 병합한 1938년, 생존이 위태로워진 빈의 유대인 부모들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전신인 ‘맨체스터 가디언’에 자신들의 아이를 받아 대신 키워줄 가정을 찾기 위한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해당 광고를 통해 영국 가정과 연결된 아이들은 홀로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빈을 떠나 기차를 타고 영국 땅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가정에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성인이 될 때까지 지내며 새로운 삶을 살았다.
워싱턴에서 ‘가디언’의 세계문제 분야 편집자로 일하는 신간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저자의 아버지도 격동의 시기 빈을 떠나 영국 땅을 밟은 소년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신문 광고에 “훌륭한 빈 가문 출신의 총명한 11세 남자아이”로 소개된 소년이 저자의 아버지인 로버트다.
로버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어린 시절 겪은 고초를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뒤늦게 나치로부터 탈출한 아버지의 사연을 접한 저자는 ‘맨체스터 가디언’에 실린 광고를 단서 삼아 운명에 몸을 맡긴 아이들의 이야기를 추적해 나갔다.
저자에 따르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부모와 다시 만난 사례도 있었지만, 훗날 애타게 기다리던 부모가 수용소로 끌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싸움을 이어갔고,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감내하며 살았다. 그들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했지만, 한평생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받으며 지내야 했다. 전쟁 범죄는 결국 후세대에 아픔과 고통을 안긴다는 게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