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리 상승에 가계부담 커져…금융회사도 고통 함께해야”

  • 등록 2018-06-15 오전 7:30:00

    수정 2018-06-15 오전 7:30:00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5일 금융회사의 대출 금리 인상 조짐에 경고장을 날렸다. 가계·중소기업 등 경제 주체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금융회사가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전날에도 금융회사의 과도한 대출 금리 인상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경고 신호를 보냈다.

윤 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금융시장 전문가와의 조찬 간담회에서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우리 금융 부문에서도 금리 상승, 시장 변동성 증가 등에 따라 증폭할 수 있는 주요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금융시장의 4대 위험 요인을 지목했다. 은행 등의 불합리한 대출 금리 산정 체계가 첫머리에 올랐다. 최근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개인 사업자 대출과 신용 대출 및 전세 대출이 둘째였다. 금융회사 외화 유동성과 외화 자금 시장, 파생결합증권(DLS) 등 금리·환율 변동에 민감한 금융 상품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윤 원장은 “이 같은 위험에 우리 금융 산업 스스로 대비하고 그 능력과 시스템을 충실히 유지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금융 스스로만을 위해 이런 능력을 발휘하면서 다른 부문에 위험을 전가한다는 일부의 지적을 돌아봐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특히 그는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가계, 중소기업 등도 결국 우리 금융을 떠받치는 축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금융회사 스스로 수준 높은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발휘해 보다 많은 위험을 적극 부담함으로써 이들과 고통을 함께 하며 위험을 관리·극복한다면 금융 부문이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 발전하고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들썩이는 국내 대출 금리 인상 움직임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앞서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전날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과도한 대출 금리 인상, 금융 상품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불건전 영업 행위에 엄정히 대처해 달라”며 금감원 직원에게 주문한 바 있다.

윤 원장은 “최근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면서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남아공 등 신흥국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세계 경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앞으로 세계 및 우리 경제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금융 부문이 위험에 대비해 건전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혈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감독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북미 정상 회담과 지방 선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잠재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국내 경제·금융 부문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장·증권사 리서치센터장·애널리스트·외국계 은행 대표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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