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이 20.14%로 전체 투표율(60.2%)의 3분의 1이나 차지했는데도 결과는 똑같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줄기차게 여론조작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민심은 여론조사와 똑같이 한국당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 홍 대표는 지난 14일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이는 2016년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여론조사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덕이 크다. 당시 새누리당이 180~200석가량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제론 더불어민주당에 1석 뒤진 122석에 그쳤었다. 이는 지역이 나뉜 국회의원 선거로 대부분 유선전화에 의존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무선 가상번호 시스템을 도입했고, 그 결과 지역이 나뉘더라도 유·무선 비율을 혼용해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19대 대선 여론조사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았던 리얼미터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방송3사 합동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리얼미터는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을 제외한 선호 후보를 응답한 이를 100%로 환산할 경우 최종득표율과 격차는 평균 6.5%포인트로 같은 방식으로 환산한 방송3사 여론조사 평균 격차(12.9%포인트)보다 적었다.
리얼미터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동응답(ARS)방식(일부는 전화면접원 조사 병행)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무선 가상번호를 60%가량 할당했다. 방송 3사 여론조사의 경우 칸타퍼블릭,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3사가 전화면접원(CATI) 방식으로 무선 가상번호 70~80%를 적용했다.
부산(리얼미터 5.9%포인트, 방송3사 21.8%포인트), 세종(리얼미터 -3.9%포인트, 방송3사 11%포인트), 대구(리얼미터 -4.9%포인트, 방송 3사 -10.7%포인트) 등도 1,2위간 득표율 격차에 더 가까웠다.
이같은 정확도의 차이는 얼마나 해당 지역의 대표성을 갖도록 여론조사를 진행하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한반도 해빙무드가 이어지면서 정부 여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이런 상황에 소수의견인 보수야당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쉽지 않은 ‘침묵의 나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때문에 실제 득표율과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다소 있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샤이보수’ 표심을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반영하느냐가 여론조사 정확도를 가른 주요인이 된 셈이다.
두번째로는 유·무선비율의 차이다. 통상 유선전화는 휴대전화(무선)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분류되고, 무선은 그 반대(진보적)이라고 본다.
리얼미터는 광역의 경우 무선 가상번호를 60%, 기초는 무선가상번호를 50%를 적용했다. 반면 방송 3사 조사기관이나 전화면접을 주로 사용한 조사기관은 무선 가상번호를 70~80%까지 사용했다. 반대로 말하면 리얼미터는 유선번호를 40~50%가량 적용했고, 방송3사 조사에선 20~30%만 반영했다는 의미다.
권순정 리얼미터 여론조사분석실장은 “여론조사가 통제할 수 없는 샤이보수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선을 일정정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도 응답률과 민심의 정확성은 관계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며 “ARS 응답률이 더 낮지만, 민심을 보다 더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상적인 자동응답조사 응답률은 5~7% 수준인 반면 전화면접원 조사는 10~20% 수준으로 더 높다. 직접 면접원의 전화를 받으면 끊지 못하고 여론조사에 응하긴 하지만, 기명투표 느낌으로 속마음을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