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국제사회 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 속에서 애민(愛民)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해 민심이반을 막기 위한 것으로 평가했다. 대신 부족한 경제성과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등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를 통해 만회하려고 했다.
무기체제 공개가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모습도 보인다. 이례적으로 남측에는 “사랑하는 남녘동포”라며 유화적 메시지를 던지고 미국 비난을 자제하면서 대외 갈등을 더 이상 확대하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0시의 열병식· 울먹이는 최고위엄…파격적인 연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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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큰 파격은 김 위원장의 연설이었다. 코로나19와 수해 등 연이은 악재를 인식한 듯 연설문 상당 부문은 군과 인민의 노고를 치하하는 데 할애됐다. 경제난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라는 표현도 있었으며 연설 도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울먹이기도 했다.
북한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기로 한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앞서 제7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전략수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총궐기 대회를 펼쳐 최대한 경제적 성과를 도출해보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의 목표를 “인민이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이라며 “제8차 당 대회는 그 실현을 위한 방략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력 과시하면서도 선제공격 가능성 부인
연설 내내 무거운 심정을 표현하던 김 위원장은 이어진 군사 퍼레이드에서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연설 중에서는 그 어떤 대미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 어느 발언보다 강력한 한 방이었다.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신형 SLBM ‘북극성-4형’ 등 그동안 준비했던 전술·전략무기가 총망라돼 선보였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이전보다 직경과 길이가 커진 ICBM였다.
미국에 대한 전략적 지위를 상향시켜 다음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동시에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아놓으며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남쪽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동 노력을 강조한 것 역시 서해 상에서 실종된 남쪽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된 이후, 남측의 여론이 악화된 것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전히 군 통신선 복구와 재가동, 공동조사 등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우리 측의 요청에는 응답이 없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명백한 한계도 보인다.
이날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연설 내용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면서 “남북 간 대화 복원이 이뤄지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코로나19를 포함해 인도·보건의료 분야에서 상호협력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