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캐피탈사들의 사실상 유일한 사업모델인 자동차금융 시장마저 현대캐피탈의 독주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면 캐피탈 M&A에 관심이 쏠릴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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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최근 변모하고 있는 자동차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통해 미쳐 발견못한 성장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는 루터 어소시에잇 코리아의 엄태현 대표는 "소액 목적론 성격인 자동차 금융시장의 속성과 신차 및 중고차를 둘러싼 자동차 금융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금융..양호한 자산의 질 `두각`
국내 캐피탈사들의 자산의 질, 특히 자동차금융은 지난 몇 차례의 신용경색의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IMF 당시나 2003년 신용대란, 그리고 최근의 신용경색 상황에서도 주요 캐피탈사들의 연체 등 신용손실위험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자동차 금융시장 특히 신차시장에서의 현대캐피탈 시장지배력은 매우 견고하지만, 현재 시장점유율인 64%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차 가격의 상승으로 금융의 규모도 커지면서 고객입장에선 금리 등 금융조건에 대한 민감도가 커지고 있다. 고객들이 금융이용 조건을 따지고 스스로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으로 `캡티브(Captive) 오토금융사`와 `은행계 오토금융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현대캐피탈 천하`가 영원히 이어지리라 단언하긴 이르다는지적도 있다.
엄태현 대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도요타 등 일본계 수입차와 FTA를 통해 미국 유럽차의 진출이 가세하는 등 선진국수준의 시장개방이 이뤄질 경우 현대캐피탈과 금리경쟁력이 있는 은행계 캐피탈 간의 시장 양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 자동차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 .. `중고차금융`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성장은 가히 상전벽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판매대수를 기준으로는 이미 2008년을 기점으로 신차 120여만대보다 50%이상 많은 180여만대가 연간 거래 중이며, 대기업자본의 시장참여로 시장의 건전화와 투명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 중에 있다.
SK그룹, 현대차그룹, GS그룹 등 대기업그룹의 온오프라인에서의 대규모투자를 통한 시장 참여로 거래 투명성과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중고차 이용고객의 신용의 질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의 품질 개선으로 중고차의 수명 및 가격이 증가 추세인 점도 중고차 시장의 성장에 한몫을 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 역시 아직은 현대캐피탈이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신차 금융시장과 같은 캡티브시장이 아니어서 독점체제가 아닌 빅3 수준의 경쟁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중고차 시장의 연간 거래 규모는 200만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지며 거래금액으로는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할부금융 이용율을 40%(신차의 할부금융이용율 65%) 를 가정하면 연간 7조2000억원 규모의 중고차금융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현대캐피탈 신차 금융 취급고 7조6000억원과 먹는 규모다.
캐피탈 회사 한 임원은 "최근 자금조달 시장 경색으로 캐피탈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긴 하지만, 자산의 질만큼은 여타 금융사보다 건전하다"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고차할부 시장의 경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