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최근 중국 일부 대학에서 대학생보다 대학원생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취업 절벽에 대졸자들이 취업을 미루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 지난해 8월 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취업 준비생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AFP) |
|
2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 관영 매체 펑파이를 인용, 간쑤성 란저우대의 올해 대학원생 수가 대학생 수를 처음으로 초과했다고 보도했다.
저장성 저장기술대 역시 올해 신규 대학원생 입학자는 5382명으로, 대학생 수보다 40명 더 많았다.
중국의 유명 대학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학원생이 대학생 수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칭화대가 지난해 12월 밝힌 데 따르면, 칭화대는 2022학년도 신입 대학생이 3760명인데 비해 석·박사 과정 학생 수는 1만 2069명이었다. 상하이 푸단대도 지난해 10월 대학생 수 1만 5000명, 대학원생 수는 3만 7000명이라고 밝혔다.
대학생보다 대학원생이 더 많아지는 기이한 학력구조는 중국의 극심한 취업난 때문이다. 지난 20일 중국이 발표한 8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8.8%를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해 청년 실업률 통계 방식을 바꾼 이후에도 매달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13.2%였고, 최고 기록인 7월은 17.1%였다. 중국은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치솟자 통계 발표를 중단하고, 재학생을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한 새로운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광둥성 선전의 고등교육 컨설턴트 레이모 씨는 VOA에 “중국 경제 둔화 속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대졸자는 즉시 실업자가 되는 추세가 나타난다”며 “한편으로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일자리를 찾는 데 진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피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대만 펑지아대 린찬후이 부교수는 VOA에 기술 혁신·과학 연구 같은 분야에서는 학사 학위만으로는 부족하기에 그 이상의 학위가 여전히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 너무 많은 석·박사가 배출돼 고급 일자리 경쟁률만 치열해지고 아무도 저급 일자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