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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식투어를 테마로 경북 영주를 찾았다. 시장을 방문했을 때 “쫄면을 맛보고 가자”는 현지 안내자의 제안을 받았다. 4시간 후에 저녁 메뉴이자 영주 방문의 목적인 소고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비워도 모자랄 판국에 쫄면이라니. 하지만 “주말이면 줄 서서 먹는 집”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발길을 옮겼다.
영주시 하명동에 있는 가게 이름은 ‘중앙분식’. 스마트폰 지도에서 검색하면 같은 이름이 100개는 나올 것 같은 평범한 이름이다. 수도권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쫄면이 거기서 거기지 뭐.”
평일 점심 시간 이후라 그런지 한산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벽에 메뉴가 붙어 있는데 ‘쫄면, 간장쫄면, 곱배기’ 단 3개뿐이었다. 하수는 잡다한 기술을 여럿 배웠다고 으스대지만, 진정한 고수는 단 하나의 기술로 세상을 평정한다고 했던가. 쫄면 하나에 모든 것을 건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주문 후 간장쫄면이 나왔을 때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풍성한 야채 위에 놓인 계란 반 개, 콩나물이 없고, 단무지를 썰어넣은 것 외에는 평소에 보던 쫄면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역시 거기서 거기라니까. 일행들은 모두 ‘소고기를 위해’ 한 젓가락만 먹겠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잠시 후 일어났을 때 테이블에 놓인 그릇들은 바닥까지 싹 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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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쫄면이 탄생한 것일까. 주방에서 일하는 분께 물으니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앙분식의 역사가 40여 년에 이르는 이유다. 어린 시절 코 흘리며 쫄면을 먹던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같이 오곤 한단다. 주인께 간장쫄면의 유래를 물었다.
“매운 쫄면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버지가 고민하다 개발하셨어요. 전국에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니며 연구 끝에 만드신 양념이죠. 지금은 여든을 넘기셔서 은퇴하시고 제가 이어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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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그런 홍보를 싫어하셨어요.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 적도 있는데 안했어요. 사진 찍는 것도 거절했고요. 지금 오시는 손님들은 홍보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주고 계신 거죠.”
왜 쫄면만 파는 것일까. 식사 중 아쉬웠던 것은 만두나 다른 메뉴도 있으면 좋았겠다는 것이었다. 매출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초기에는 떡볶이 등 다른 메뉴도 있었어요. 지금은 쫄면 하나만 파는 것도 너무 바빠요. 다른 걸 만들어서 내기가 어렵죠. 왜 양념이 짜지 않냐고요? 에이, 그건 말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