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시작한 미국·한국
올해는 분명히 내린다고 생각하면 버티던 시장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마침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지난 9월 시장이 그토록 기다리던 금리 인하가 마침내 단행된 것이다. 연준은 무려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했다. 11월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미국 금리는 4.50~4.75%가 됐다.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소식 이후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38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시장의 관심은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 미국이 과연 내년 어느 수준까지 금리를 떨어뜨릴 것인지에 쏠렸다. 35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 참여한 183명의 응답자들은 ‘내년 예상하는 최종 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3.25~3.50%를 가장 많이 뽑았다. 전체 응답자의 40.4%인 74명이 선택했다. 이어 3.50~3.75%(65명, 35.5%)와 3.00~3.25%(27명, 14.8%) 순이었다.
내년 한국 최종 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51.4%(94명)가 2.75%를 뽑았다. 이어 2.5%(63명, 34.4%), 2.25%(19명, 10.4%), 2.00%(3명, 1.6%) 순이었다.
단 설문조사 시기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10월4일~14일로 현재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만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자마자 펼쳐진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예상과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승리로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의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한다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어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금리 인하를 2번하고 내년에는 1번만 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후 장기간 금리 인하가 중단된 후 2026년 중반에 5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최종금리 수준을 3.652%로 기존 전망치(3.125%)보다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4.4%대로 급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고 여기에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진 이후 1400원을 넘나들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황까지 더해지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시장 분위기와 정 반대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더 이어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버티기’에 돌입해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밖에 보호무역주의로 미국 경제가 ‘나홀로 독주’를 이어가게 되고 한국 경제 성장이 더딘 수준을 기록한다면 이 역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기업 실적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3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한창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증권과 퀀트와이즈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은 63조 520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5% 하향됐다. 4분기 코스닥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합 역시 2조 4046억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7.1% 줄었다.
업황따라 엇갈릴 기업 신용등급
‘금리 인하에 따른 신용 등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24.0%(44명)이 선택했다. 반면 ‘올해 충분히 하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금리 인하에도 등급 하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응답자도 일부(26명, 14.2%) 존재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내년 회사채 시장은 어떤 분위기로 예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량채는 올해와 비슷한 수요를 이어가겠지만 비우량채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답변은 전체의 32.8%(60명)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기 회사채로 자금이 모여들 것’(47명, 25.7%)이라는 의견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비우량채 수요가 늘어날 것’(39명, 21.3%)이라는 의견도 상당했다. 반면 ‘회사채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라는 응답은 4명(2.2%)에 불과했다.
SRE자문위원은 “일부 쏠림이 있긴 하지만 시장 전반적으로 유동성은 풍부한 분위기”라면서 “미국 경기가 연착륙하고 중국이 재정 확장책을 쓴다면 유동성 장세가 도래할 수 있는, 신용시장이 좋지 않아질 요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5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