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는 늘상 새로운 것들이 쏟아집니다. 기기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지요. 바쁜 일상 속, 많은 사람들이 그냥 기사로만 ‘아 이런 거구나’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는 것,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지요. 그래서 이데일리 ICT부에서는 직접 해보고 난 뒤의 생생한 느낌을 [잇(IT):써봐]에 숨김없이 그대로 전달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솔직하지 않은 리뷰는 담지 않겠습니다.[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아니 이건 진짜 위화감이 전혀 없는데요? 그냥 사진인데?”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저녁, 친한 선배들과 가볍게 저녁식사를 하다 갑자기 얼굴 앞에 쑥 들어온 스마트폰. 별안간 사진이 찍힌 후 맥주를 한 모금 마시자 중세 귀부인이 된 내 모습이 화면에 떠올랐다. 옆에 있던 선배 기자는 마치 그림 속 옷을 실제로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 각종 기술이 적용된 ‘구글 아트 앤 컬처’ 애플리케이션(앱)이 만든 결과다.
| 구글 아트 앤 컬쳐 앱에서 파라오 그림에 기자의 얼굴을 합성했다(사진=김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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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아트 앤 컬처는 지난 2016년 문화재들을 온라인으로 선보이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구글 아트 앤 컬처에는 80여개국에 있는 문화 기관 2000여곳에서 보유한 예술작품들의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를 20만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또 전문가가 선별한 예술작품, 세계 유산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전시회도 3000개 이상 열린다. 쉽게 말해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내 방에 누워 온갖 명화와 유물들을 볼 수 있는 ‘디지털 예술의 장’인 셈이다.
단순히 관람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이용자들이 명화와 예술 작품들을 일종의 놀잇감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AI를 활용한 ‘아트 셀피’와 AR 기반으로 제작된 ‘아트 필터’가 대표적이다. 아트 셀피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나와 닮은 초상화를 찾아주는 것이 첫 번째다. 실제 얼굴과 유사한 그림들을 일치도 별로 나열해 보여준다.
| 구글 아트 앤 컬쳐 앱에서 기자 얼굴과 비슷한 그림을 찾았다. 닮았나요?(사진=김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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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체험해본 결과 기자는 아리 스미스의 ‘꿈꾸는 소년(Dreaming Boy)’이라는 1989년 작품이 52% 가량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썩 맘에 들지는 않았으나 비슷한 점이 눈에 띄게 보였다. 아리 스미스라는 화가가 다소 낯설어 구글 아트 앤 컬처에 검색도 해봤다. 아리 스미스는 1916년에 태어나 발리에서 살았던 네덜란드 태생의 인도네시아 화가로 우붓 마을에서 풍속화를 주로 그렸다고 한다.
‘아트 셀피2’는 이용자의 얼굴을 원하는 그림에 자연스럽게 합성해주는 콘텐츠다. 사진을 찍고 원하는 그림을 선택하면 AI가 얼굴을 합성해준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 이탈리아 귀족, 스코틀랜드 튜더 왕으로 순식간에 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에베레스트 산 등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에 간 듯한 사진도 가질 수 있다.
| 선배 기자가 구글 아트 앤 컬처에서 그림에 얼굴을 합성했다. 초상권을 위해 얼굴을 가렸습니다.(사진=김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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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아트 앤 컬쳐 앱 내 ‘실험실’ 탭에서 ‘악기 놀이터’를 사용했다(사진=김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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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내 얼굴을 AR로 이용자에 씌워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작품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눈알을 돌리고 미소를 짓는 것은 이용자지만, 화면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얼굴은 모나리자인 것이다. 표정 외에도 고개를 돌린 각도에 따라 얼굴 자체를 움직이기도 했다.
이것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구글 아트 앤 컬쳐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더 존재했다. ‘실험실’ 탭을 누르면 화면을 터치한 박자와 비슷한 클래식 음악을 찾아주는 ‘악기 놀이터(Instrument Playground)’, 기존 예술 작품들을 단어 몇 개로 재탄생시키는 ‘아트 리믹스’, 이용자의 춤 동작을 인식하는 ‘K-팝 댄스 챌린지’ 등 놀거리들이 한가득 마련돼 있었다.
내 얼굴을 합성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누가 가장 그림과 흡사한가를 두고 내기를 해보아도 재밌을 듯 하다. 기자처럼 문외한이거나 예술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 또한 구글이 기술력으로 벼려낸 각종 놀거리들을 통해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갈 돈과 시간이 없다면 구글 아트 앤 컬처를 설치해 ‘방구석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