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스마트그리드 기업 지투파워(388050) 대주주 김영일 회장 오너 일가가 추진하던 지분 매각이 무산됐다. 지분 인수를 추진하던 해외 사모펀드가 정국 불안과 시장 상황 변화를 이유로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대한 해외 눈높이가 더욱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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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영일 지투파워 대표이사 회장은 미국 GEM(Global Emerging Markets)에 지분을 매각하는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김 회장 보유 지분 226만164주(지분 12.08%)과 김 회장 장남 김동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보유 지분 137만5000주(7.35%) 등이다. 해당 내용은 자본시장법상 사전공시 의무에 따라 지난달 13일 매각 예정 공시가 나왔으나 한 달 뒤인 이달 13일 최종 철회가 결정됐다.
지투파워 관계자는 “GEM은 대주주 지분 매입과 대규모 신주발행을 통해 지투파워에 투자할 계획이었다”라며 “하지만 세계 경제 불안과 국내의 급격한 시장상황 변화로 매각 및 인수 양 측은 거래 시기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다시 확정하기로 합의했다”며 지분 매매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GEM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탈(VC) 및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전세계에서 34억달러(약 5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GEM은 지난 10월 미국 이차전지 셀 제조기업 파이브스톤에너지(FiveStone Energy)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투파워의 미국 법인인 지투아메리카 설립 계획을 밝힌 곳이기도 하다.
지투파워의 해외 진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던 GEM이 돌연 지분 인수를 철회하면서 시장에선 투자유치 무산 우려가 커졌다. 김 회장은 지분 매각 계획은 철회됐지만 GEM과의 협업은 지속될 거라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김 회장은 “이번 지분매각은 급격한 국내외 시장상황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거래 시기를 일시 연기하는 것일 뿐”이라며 “지분 매각 및 GEM 펀드의 투자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새로운 ‘개미 털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GEM에 지분 매각 사실이 공시되기 직전 일주일(11월 5~12일) 지투파워 주가는 25% 급등했고 공시 당일인 13일에도 장중 20% 넘게 올라 1만146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매각 무산 소식과 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현재는 6200원대로 무너진 상태다. 지투파워 주주 A씨는 “호재성 뉴스로 고점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연이은 악재에 손실폭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IB업계에선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제2의 지투파워’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대로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워지고, 매각이나 투자유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CJ제일제당(097950) 바이오사업부 등 조(兆) 단위 대형 거래는 해외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바랄 수밖에 없는데, 국내 매물에 대한 글로벌 펀드의 심사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출자나 국내 사모펀드의 펀드 레이징 상황이 단기적으로 악화했다는 사례는 듣지 못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해외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