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은 나쁜 투자자?…책임투자 두고 올해도 국회 설전

국민연금, 국감서 죄악주·석탄산업 투자 지적
환경·사회·지배구조 고려하는 ESG투자 기조 역행
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 등도 투자처 지적받아
  • 등록 2020-10-17 오전 10:01:00

    수정 2020-10-17 오전 10:01:00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770조가 넘는 자산을 굴리는 ‘큰 손’ 국민연금공단이 나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올해도 제기됐다. 운용원칙에 지속가능성을 명시해 놓고도 술·담배·도박 등의 죄악주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정부가 그린뉴딜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석탄산업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국민연금의 투자처가 도마에 올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5조원이 넘는 금액을 죄악주에 투자하면서 죄악주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대형 연기금들이 KT&G(033780) 같은 담배제조사나 무기업체 투자를 배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명백히 죄악주에 해당하는 종목뿐 아니라 사실상 카지노주에 해당하는 주식 지분도 최근 늘렸다. 외국인 대상 카지노가 들어서는 제주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하는 롯데관광개발(032350) 지분 확대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의 롯데관광개발 지분은 지난 6월 8.41%에서 지난달 10.75% 수준까지 늘어난 상태다.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석탄 관련 주식에 5조5126억원을 투자한 반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투자는 2007년과 2019년, 2020년 1건씩 총 1300억원에 그친다. 특히 정부가 대대적으로 ‘그린뉴딜’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죄악주 투자는 국민연금 국감의 단골메뉴지만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 기금 운용원칙에 지속가능성을 못박아두고도 실제 투자 내역은 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지적이 더욱 거셌다. 지속가능성 원칙은 당장 수익성만 따지는 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지표로 알려져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글로벌 연기금 사이에선 투자 기준의 하나로 정착한 지 오래다. 이에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14일 국감장에서 4000억원 규모의 국내 석탄 투자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면 연장 투자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올해 국감에선 국민연금 외에 사학연금과 교직원공제회도 투자처를 두고 집중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사학연금의 죄악주 국내주식 평가금액은 590억원으로 지난 2015년(271억원)보다 2배 넘게 늘었다. 교직원공제회는 2018년과 지난해 2년간 총 57억원을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한 사항을 지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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