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청년층까지 위협하는 퇴행성관절염... 정교한 로봇팔로 오차없이 수술

정형외과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로봇인공관절 수술의 권위자 윤성환 이춘택병원 병원장
의사들마저 회의적이었던 로봇수술, 이미 18년 전에 도입
치료율 높이기 위해 로봇관절연구소 설립, 1만4000 건의 로봇수술 임상 보유
  • 등록 2020-10-23 오전 6:01:00

    수정 2020-10-23 오전 10:44:37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인공관절 수술 시 로봇을 이용하는 병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 정형외과 수술실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로봇수술을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외과나 비뇨기과에서 많이 쓰이는 다빈치를 생각한다. 하지만, 첨단 기술의 발달로 그 영역이 확대되면서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로봇수술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과 관절 사이 연골이 퇴행성 변화나 다른 원인으로 완전히 닳아 없어져 뼈와 뼈가 닿으면서 통증과 변형이 생겼을 때 손상된 부분을 새로운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통증 완화 및 관절 기능을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는데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발병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과도한 운동 등으로 인한 무릎 과사용으로 무릎관절의 퇴행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인공관절의 사용연한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 시 가장 중요한 점은 하지 정렬이다. 인공관절이 환자의 다리 중심축에 맞게 정확하게 삽입돼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인공관절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수술의 정확성이다. 이런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숙련된 의료진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사람의 손으로 하는 수술은 늘 일관된 결과를 가져오기 어려워 최근 들어 로봇 인공관절수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전 환자의 데이터 즉 뼈 모양과 변형 상태, 휜 각도 등을 컴퓨터에 입력해 가상으로 수술 설계를 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찾는 맞춤형 수술이 가능하다. 거기에 로봇을 이용해 뼈를 깎기 때문에 오차를 줄이면서 더욱 정확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로봇 팔에 부착한 가는 카터는 뼈를 빠르고 정확하게 절삭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적고 절개부위가 적어 회복도 빠르다.

윤성환 이춘택병원 병원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을 도입해 현재 가장 많은 수술을 진행한 로봇인공관절 수술의 권위자다. 윤 병원장은 “로봇을 처음 도입한 18년 전만 해도 의사들 사이에서 로봇수술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배우기도 어려워 의사들이 쉽게 이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면서 정확도가 높아지고 늘 일정하게 일관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몇 년 전부터는 대학병원과 전문병원들을 주축으로 로봇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관절수술은 정형외과 수술 중에서도 고난이도 수술이다. 삽입한 인공관절의 균형이 잘 맞지 않으면 통증은 물론이고 빠른 손상을 가져올 수 있어 의료진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수술법을 잘 따져봐야 한다. 기존 인공관절 수술은 의사의 경험이나 숙련도에 의존하여 시술하다 보니 시술한 의사마다 경험이나 테크닉이 달라 실패율이 높았던 것이 사실. 최근에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손으로 하는 기존 수술보다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거나 혹은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는 인공관절 수술이 소개되고 있다.

이춘택병원에서 사용하는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은 로보닥(Robodac)이다. 로봇(Robot)과 닥터(Doctor)의 합성어로 손으로 뼈를 절삭하는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로보닥 수술을 위해서는 수술 전 ’오소닥‘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수술 전 촬영한 CT 이미지를 기반으로 각 환자의 관절 해부학적 구조, 병변 진행 등의 구성요소에 맞춰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변환한다. 이 과정에서 임플란트(인공관절 대체물)의 삽입위치나 환자의 뼈에 맞는 인공관절을 골라 가상으로 삽입해 봄으로 실제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는 데 있어 최적의 설계를 수행할 수 있다. 이 수술계획 데이터는 로보닥으로 전송되며 로봇의 정밀한 움직임을 통해 뼈를 오차 없이 깎아내게 된다. 로봇수술은 수술 전 미리 수술부위를 3차원 CT 촬영을 통해 로봇이 계산해 놓은 좌표값에 따라 환자의 뼈 모양을 파악해 어떤 임플란트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지, 얼마나 뼈를 정밀하게 깎아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 성공 여부의 관건인 무릎 각도를 제대로 맞추는지 등을 3차원 가상현실에서 수술을 하면서 환자에게 맞는 종합적인 수술 계획이 가능하다. 아무리 수술경험이 풍부한 의사라 할지라도 3D 영상을 통해 컴퓨터로 정밀하게 설계된 수술계획대로 움직이는 로봇의 정밀성을 따라 가긴 힘들다.

연구소 설립, 1만4000건의 로봇수술 데이터 보유

또한 윤성환 병원장은 2005년에 설립한 로봇관절연구소를 통해 연구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석·박사급 우수한 연구 인력 5명이 로봇을 계속 연구 중으로 처음 도입 당시보다 수술 시간 및 절개 범위도 줄이며 손상을 최소화해 회복 속도뿐 아니라 환자의 만족도도 높이고 있다.

처음에는 인공관절 전치환술에만 적용했지만 이후 부분 치환술과 근위경골 절골술도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고 있다. 이춘택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건수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만4000건이 넘는 로봇 수술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수술이 가능하다. 연구소에서는 퇴행성 관절염 등 일부 질환에 국한돼 있는 로봇수술을 정형외과 전반에 걸쳐 활용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연구 중이다.

윤성환 병원장은 “고령화 시대에 삶의 질을 높이려면 평소 꾸준한 관리를 통해 자기 관절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불가피하게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면 정밀한 로봇수술이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정형외과 분야에서 로봇의 역할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의사가 컴퓨터·로봇시스템 등을 도입한 융합기술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환 이춘택병원 병원장이 퇴행성관절염으로 걸음을 제대로 못 걷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로봇을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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