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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호텔 중식당을 찾아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하는 건 왠지 모양이 빠진다. 호텔 중식당에선 기본 10만원을 넘나드는 코스나 불도장, 동파육 등 평소에는 잘 접해보지 못한 요리를 함께 시키곤 한다. 호텔 짜장면은 코스 또는 값비싼 일품 요리에 곁들이는 조연일 뿐 그 자체로 주연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호텔 중식당의 높은 진입 장벽도 옛말이 됐다. 콧대 높던 호텔 중식당들이 연달아 밀키트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호탤 투숙객이 급격히 준 것은 물론 외식을 위해 호탤을 찾는 사람들마저 급감한 탓이다.
호텔로서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가격 부담에 쉽게 호텔 중식당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로서는 비교적 저렴하게 호텔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윈윈(Win-WIn) 전략이란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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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회장이 병상에도 잊지 못한 맛 ‘도원’
1976년 더 플라자 개관과 함께 문을 열어 올해로 44년 째를 맞는 도원은 국내 굴지의 중식당으로 명성이 높다. 경복궁과 덕수궁,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터라 정ㆍ재계 거물들의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전두환·노태우·고(故) 김영삼·이명박 전(前) 대통령도 도원을 즐겨 찾았다.
도원은 특히 ‘왕회장’으로 불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사랑으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일주일에 3~4번 정도 도원을 찾았다고 한다. 1992년 대통령 선거 직후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간호사를 동반하고 도원을 방문해 짜장면을 먹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현대가(家)의 사람들도 이 영향을 받아 도원 음식을 즐긴다는 후문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고메이494 ‘중화짜장’은 춘장 본연의 짭쪼름한 맛과 신선한 소고기, 새우, 오징어를 넣어 풍미를 살린 깊은 맛이 특징”이라며 “기호에 따라 볶은 양파, 돼지고기를 곁들여 요리하면 도원의 노하우가 담긴 짜장을 간편하게 집에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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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은 밀키트 ‘조선호텔 유니짜장’을 지난 27일부터 단독 판매를 시작했다. 2인분 860g을 7900원에 판매한다. 해당 제품은 신세계조선호텔 중식당 호경전의 양보안 수석 셰프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국내 밀키트 1위 제조업체인 프레시지가 제작한다.
양 셰프는 “호경전의 맛을 대량생산 시에도 보전할 수 있도록 6개월간 20회의 테스트를 진행했다”라며 “조리법은 셰프의 고민을 담아 자세하게 기재해 조리법만 잘 지켜줘도 충분히 호텔에서 먹는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호경전이 출시한 짜장 밀키트는 고기를 다지고 으깬다는 유니(肉泥) 짜장이다. 신세계는 유니짜장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돼지고기와 양파를 적절한 크기로 자르고 호경전의 특별 레시피로 만든 춘장을 센 불에 볶아 풍미를 재현했다. 특히 유니짜장 소스는 시중 제품 대비 재료 함량이 40% 정도 많으며 양도 10% 정도 많아 면을 즐긴 뒤 밥을 비벼먹기에 충분하다도록 안배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유니짜장 외에도 삼선짬뽕 밀키트를 선보였다. 면은 조선호텔이 개발한 밀가루와 감자전분의 배합을 이용해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기름 역시 돼지기름이 아닌 조선호텔과 동일한 식용유를 사용해 호텔의 풍미를 그대로 재현했단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