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비 지원, 이제라도 접고 취약계층 더 챙겨야

  • 등록 2020-09-16 오전 6:00:00

    수정 2020-09-16 오전 6:00:00

야당의 반발과 따가운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이 4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 씩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그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가 통신비 지원안 철회를 요청했지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냥 주나마나 한 지원이 아니라”며 “많은 고민 끝에 판단한 것”이라고 밝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통신비 지원 비판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반박은 고집과 독선에 가까울 정도다. 통신비 지원은 국민의힘은 물론 국민의 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로부터도 비판을 받는 사안이다.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지난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58.2%나 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도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 이용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받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찰떡 호흡’으로 내린 결정이지만 잘못된 선택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통신비 지원에 배정된 예산은 9300억원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정부가 드리는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빚(국채)으로 마련하는 돈이라면 꼭 써야할 곳에 쓰는 것이 원칙이다. 긴급재난지원을 명분으로 편성된 추경예산이라면 취약 계층에 ‘우선’ ‘긴급히’ 배정돼야 옳다. 그런데도 “비대면 재택근무로 통신량이 늘었다”는 근거없는 이유를 들며 13세 이상 4600만여 명의 국민에게 무차별로 지원금을 뿌리겠다는 것은 정치적 선심 공세의 인상이 짙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대상 선정에서도 많은 후유증을 낳았다. 법인택시 기사, 편의점주, 유흥주점, 콜라텍 운영업자 등 지원에서 배제된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지금도 “말라 죽기 직전”이라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통신비 지원 예산은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 1명 당 100만원씩을 준다 해도 약 1백만 명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돈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자존심과 체면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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