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사자들도 반대 '특고 고용보험' 현장 목소리 들어야

  • 등록 2020-09-10 오전 6:00:00

    수정 2020-09-10 오전 8:12:42

정부가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특수고용직(특고)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그제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는 이르면 일주일 이내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적용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 연말 예술인에 이어 산재보험 대상인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14개 직종의 특고 종사자가 내년부터 고용보험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특고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 적용 추진 배경은 명확하다.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는 산업계의 우려와 반발을 외면하고 시장 현실을 제대로 내다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고용노동부는 입법 과정에서 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많은 경제단체와 연구소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 관련 규제 심사회의에는 ‘노사간 이견이 없다’고 보고 했다. 밀어붙이기를 위한 의도적 왜곡이다. 적용 대상의 특고 종사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가전제품 설치기사 등 4개 부문 특고 종사자 2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8%는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68.4%는 고용보험 의무가입으로 사업주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면 일자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보험료 산정을 위해서는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 삼은 응답자도 많았다. 이들에게는 약자 보호라는 정부 의도보다 소득 노출과 일자리 불안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은 기존임금 근로자의 실업 급여 계정과 특고 종사자의 계정 통합 문제 및 보험료 분담 비율 등에서 적잖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경영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현실에 맞지 않고 당사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정책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법을 잘못 만들면 바로 잡을 때까지의 피해는 만만치 않다. 국회 의결 과정에서 정치권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 표정부자 다승왕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