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 의석을 보유한 정당 중 가장 진보 쪽에 속하는 정의당이 요즘 죽을 맛이다. 리얼미터가 주초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율 3.7%에 그쳤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가장 낮은 데다, 2018년 8월(14.3%)에 비해서도 4분의 1 토막이다. 정당투표제가 도입된 4·15 총선에서 득표율 3% 미만은 비례대표를 1석도 얻지 못하도록 규정한 봉쇄 조항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당 지지율은 당세를 가르는 중요한 척도다. 총선 결과 역시 국민 지지도에 달렸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온전히 표심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조사기관마다 수치가 다른 만큼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지율이 바닥을 친다면 정당으로서 이보다 더한 비상사태가 없다.
정의당의 지지율 추락은 비례대표를 내세우는 과정에서의 논란도 있겠지만 작년 말 해괴한 ‘4+1 협의체’라는 범여권의 일원으로 선거법 개정에 참여한 탓이 더 크다. 제1야당이 배제된 헌정사상 초유의 선거법 협상에서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켰다. 셈법이 너무 복잡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심상정 대표는 “국민은 자세히 알 필요 없다”는 황당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일가족 비리로 인한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정의당이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줬던 것도 선거법의 이해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연동형제를 피하기 위해 비례당을 만들었고, 이런 통합당을 고발까지 하며 비례당은 결코 안 만든다던 더불어민주당이 돌아서는 바람에 정의당은 토사구팽 신세로 전락했다. 적어도 정당투표에서만큼은 자기 몫을 챙기겠다는 야무진 꿈은 보기 좋게 물 건너갔고, 자칫 기존 의석조차 지키기 어렵게 됐다. 정의당이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선거법 개정으로 인한 부정적인 파장은 여야 정당에 두루 미치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비례당 창당 과정에서 온갖 꼼수와 협잡으로 우리 정치판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가뜩이나 후진 정치에 본색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현실이다. 정의당이 뒤늦게 반성하고 있지만 이미 기차는 떠나가 버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