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37>떼려야 뗄 수 없는 암호화폐·블록체인

퍼블릭 블록체인에선 암호화폐 존재 필수불가결
암호화폐, 블록체인 생태계·이코노미 돌리는 윤활유
프라이빗은 필요없지만 脫중앙화 목표엔 맞지 않아
ICO 허용해야 블록체인 기술개발·생태계 조성 가능
  • 등록 2018-05-30 오전 6:21:00

    수정 2018-05-30 오전 6:32:08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뚜렷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차이는 자체적인 암호화폐를 필요로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대목이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투기의 장(場)으로 전락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엄격하게 규제하되 블록체인 기술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이는 우리 정부가 작년부터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 정책 스탠스입니다. 6월 지방선거 이후에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아마 이런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목에서 과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요약하자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분리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하나로 밀접하게 얽혀있는 것인가 하는 논란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종류를 크게 2가지로 나눠서 봐야 하겠습니다. 퍼블릭(공개형) 블록체인과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이 그 것인데요, 말 그대로 누구나 자신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네트워크에 참여해 거래와 열람, 검증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둔 것이 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 하구요, 반대로 특정 주체가 내부 전산망을 폐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고 합니다. 특히 블록체인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해야 하니 프라이빗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를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렵다면 누군가의 아이디어처럼 퍼블릭 블록체인을 인터넷,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인트라넷에 각각 대응해서 생각하면 좀더 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핵심은 퍼블릭과 프라이빗 블록체인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에 따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분리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이라면 자신의 컴퓨팅 파워라는 비용과 노력을 들여 네트워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발행이라는 당근책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첫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창시자였던 사토시 나카모토 역시 이를 고민했고 그 해법으로 경제적 보상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트워크 참여자들 가운데 일부가 복잡한 수학 연산문제를 풀어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면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하도록 했구요, 이 과정이 채굴(mining)이라는 건 이미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해서 다 아실 겁니다. 사토시의 전략은 실제 먹혀 들었습니다. 그가 설정한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 총량 가운데 80% 이상이 이미 채굴됐으니 말입니다.

반대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면 거래에 참여하고 이를 기록하고 열람하고 검증하는 주체가 실제 거래 당사자 또는 중앙 승인기관 정도다보니 암호화폐라는 참여 유인(인센티브)을 마련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는 블록체인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탈(脫)중앙화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한 개별적인 프라이빗 블록체인들을 하나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묶을 필요성도 차츰 커질텐데 이럴 경우 해당 생태계 내에서 통용 가능한 암호화폐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하나의 창업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암호화폐를 합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 개발자금을 조달하는 암호화폐공개(ICO)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죠. 아무리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뛰어나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와 오랜 시간을 감내해야 하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과거 사업실적이 없는 스타트업에 비교적 큰 규모의 초기 투자금을 대주는 금융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코인 이코노미가 필요하지도 않은 일부 프로젝트의 ICO가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ICO를 실시하는 건 이같은 장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독자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지 않고 스팀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그 위에서 돌아가는 디앱(dApp)을 만든다면 굳이 ICO가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애초부터 ICO를 불법으로 규정해 버린다면 이런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 마저 차단해 버리는 처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생태계와 이코노미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암호화폐이구요, 이는 우리 화폐경제가 끊임없이 화폐를 가지려는 경제주체들의 욕구에 의해 작동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완벽 몸매' 화사의 유혹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