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기로 한 뒤 ‘n번방 사건’ 관련 단체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이다.
n번방 사건을 알리고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N번방 총공 총괄계’는 지난 6일 오후 SNS를 통해 ‘사법부도_공범이다’라는 해시태그를 유지하며 “손정우 미국 송환을 불허한 서울고법 형사20부의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1.1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 단체는 “강영수 판사는 올해 수석부장판사로 임명됐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손정우 범죄인 인도심사를 진행하고 있던 6.18에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 30인에 선정되었다. 대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로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20부(서울고법 부장판사 강영수, 판사 정문경, 판사 이재찬)는 올해 6월 29일에도 미국이 요청한 범죄인 인도심사를 진행했으나, 손정우 사건과 달리 범죄인 인도를 허가했다. 사건 범죄인은 10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음주 뺑소니로 재판 중 국내로 도피한 30대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범죄인인도법 제32조에 따르면 손정우는 즉시 석방됐다”며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각하결정한 서울고법 형사20부를 비롯해, 성착취범 전원에게 박약한 처벌로 ‘악순환의 고리’ 유지를 보장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 박약한 처벌을 되풀이하는 사법부가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 “범죄인 인도 심사는 1회의 재판으로 처우를 결정하는 단심제로 운영돼 번복이 불가능하다. 묻는다. 형사20부가 범죄인 인도 불허의 근거로 주장한 ‘손정우가 떠나서 받는 수사의 지장’은 무엇이며, ‘손정우가 남아서 받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예방·억제 이익’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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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은 “사법부가 ‘손정우가 한국에 있어야 아동청소년 대상 성 착취를 발본색원할 수 있다’는 문장을 진심으로 쓴 것인지 궁금하다”며 “사실 손정우가 구속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워싱턴 DC 연방 법원 소속 판사가 구속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었다. 이러고도 한국 사법부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 근절 의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결정문 내용에 대해 “차라리 ‘한국의 사법부가 못하는 단죄를 미국 사법부가 한다’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한 사법부의 견강부회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법부의 이러한 행태는 한두 번이 아니었고, 운이 없게도 이번에는 하필 국제 기준을 갖다 댈만한 사건이어서 망신을 샀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라며 “시민은 국가가 판결을 통해 사회에 던지는 공적 메시지를 수신한다. 지금까지 국가는 성범죄와 여성 대상 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따사로웠다”고 일갈했다.
강 판사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에는 7일 오전 7시30분 현재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 28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이 올라온 지 약 20시간 만이다.
강 부장판사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자 후보 30인에 포함돼 있다.
6일 낮 12시 50분께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손 씨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처벌이 남아 있는데,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법상 검찰은 법원의 인도 거절 결정이 이뤄지면 지체없이 구속 중인 범죄인을 석방해야 한다.
이날 법원 결정이 나온 뒤 손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미국에 가지 않게 돼 심정이 어떤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재판장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서 너무 감사하다”고 흐느꼈다.
아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는 “디지털 범죄가 이뤄진 것은 애가 컴퓨터만 가지고 자라왔다”며 “앞으로 컴퓨터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손 씨는 특수한 브라우저를 이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인터넷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로 2018년 3월 구속기소 됐다. 2015년 7월부터 구속 전까지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이 기간에 유료회원 4000여 명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받고 음란물 총 22만여 건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손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이후 상고 없이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