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카드대책 낙관적 전망으로 실패`

산업은행, 작년 4월 비공개 보고서 통해 지적
`옵션CP·모럴해저드·新관치` 예상‥官災 가능성
  • 등록 2004-01-19 오전 9:29:01

    수정 2004-01-19 오전 9:29:01

[edaily 김병수기자] 산업은행이 지난 해 4월, 정부의 두 차례 신용카드 대책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근거로 수립돼 카드채 문제로 인한 채권시장 동요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당시 경영진에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보고서는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불거진 옵션CP 문제를 비롯해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 은행권의 추가부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따른 新관치 등을 조목조목 예상, 하반기 카드대란의 `官災`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산업은행이 `2003 금융시장 분석 및 2004 예측` 책자를 통해 지난해 4월 작성해 비공개로 경영진에게만 제출됐던 `최근 채권시장의 동요와 향후 전망` 보고서를 공개함으로써 확인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3월17일과 4월3일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된 금융시장 안정대책(일명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평가하고, 대책의 미비점 및 향후 필요 대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산업은행은 보고서에서 `안정대책`은 `낙관적 전망에 근거해 수립된 것으로 카드사의 연체율 개선이 지체될 경우 카드채의 신용위기 재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4~5월을 정점으로 카드사 연체율이 유지 또는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카드사들이 분기실적 개선을 위한 대환대출 확대, 대손상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상환 유예기간이 경과한 하반기 이후 만기도래분에 대해서도 카드사 자체신용을 통한 차환발행이 가능하다고 전제했으나, 카드채 만기도래액 과다로 대규모 차환발행을 위한 시장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4.3 안정대책이 적용되지 않는 옵션CP는 6월말 이후 연말까지 만기도래액이 8조원에 달해 이 옵션CP의 차환발행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분석을 전제로 산업은행은 카드채 문제 및 채권시장 동요는 다시 한번 재현될 가능성이 있고, 카드채 문제 재연시 투신사의 MMF를 비롯한 채권형 펀드의 환매사태 발생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고 결론지었다. 정부 대책은 또 투신사의 대규모 카드채를 상대적으로 자본건전성이 우수한 은행권으로 이전하는 방안으로, 카드채 만기연장으로 인한 은행권의 잠재부실 자산 증가 및 자산 듀레이션 확대로 카드사 신용개선 지연시 은행권의 부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따라서 시장의 불안정성 해소와 조기 안정을 위한 단기대책 뿐만 아니라 채권시장 및 카드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장기대책이 동시에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이어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 방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향후 혼란시 정부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카드사 자구노력이 지연되고 은행권 부실가능성이 증대되는 반면,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결정 기능을 훼손해 장기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지연 및 정부부담만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개입은 카드사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제고해 향후 동일한 위기의 재발방지에 주력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정부 개입의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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