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커밍아웃' 압박에 검사 2백여명 반발, 盧정부 검란 재연?

  • 등록 2020-11-02 오전 7:54:21

    수정 2020-11-02 오전 7:54:21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촉발한 ‘커밍아웃’ 논란에 검사들이 집단 반발에 나섰다. 200여명이 공개적으로 추 장관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9일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판한 현직 검사를 겨냥해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구성원들의 순종을 요구하는 기관장의 이같은 메시지에 검찰 내부에서는 곧장 반발이 나왔다.
10월 2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주시 이도일동 제주스마일센터에서 열린 개소식 행사장에 앉아있다.오른쪽 뒷편에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으로 알려진 박찬호 제주지검장이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검찰내부망에 “저 역시 커밍아웃 한다”며 추 장관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2일까지 이 글에 200여명의 검사들이 동조 댓글을 달면서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의미하는 ‘검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2000여명 규모로 알려진 검사 가운데 10%나 되는 이들이 반기를 든 셈이기 때문이다.

검사들의 조직적인 반발은 이번 정부와 마찬가지로 검찰 개혁을 추진했던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먼저 나온 바 있다. 당시 정부가 판사 출신인 강금실 장관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고 서열을 파괴한 검찰 인사를 단행하자 검사들은 서로 통문까지 돌려가며 반발했다.

이같은 불만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마련한 ‘검사들의 대화’ 현장에서 검사들이 대통령의 학력을 비하하고 범죄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의도된 무례’를 저지르는 장면에서 극에 달했다.

다만 당시와 달라진 분위기를 감안하면 검사들이 무작정 정부에 맞서기는 어려우리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의 완고한 조직 논리 앞에 결국 개혁 의제들을 상당 부분 무산, 후퇴시켜야 했던 노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재는 검찰의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상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추 장관의 강경 대응은 선호하지 않지만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지지하는 의견이 대체로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여론은 커밍아웃 사태 후 “커밍아웃하는 검사들 사표를 받으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틀 만에 답변 기준선인 20만명 참여를 넘어선 것에서도 확인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역시 개혁에 저항하는 검사들에게는 “사표를 받으면 된다”는 강경책을 제안하며 여론에 불을 지폈다.

검찰 내부에도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검찰 내부 비리 고발에 앞장서왔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근거없는 반발이 아닌 반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추 장관도 검찰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을 의식한 듯 자신에 대한 여론 악화와 야권의 맹비난에도 이번 사태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추 장관은 주말에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검찰에 대한 압박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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