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기식 원장까지 낙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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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이연호 김미영 기자]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진 거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기준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미숙한 행정처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너무 질렀다”고 표현했다. 그는 “(금감원이) 논란점이 될 만한 것을 미리 예상하고 진행했어야 하는데 무턱대고 밀어 붙여 시장에 충격을 줬고, 결국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절차를 무시하고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규정 위반을 언론에 공개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금감원의 이례적인 조치는 후폭풍을 몰고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다음날 17% 급락하는 등 시장에 충격을 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 조치 관련 내용이 흘러 나오자 거세게 반발했고,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회계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벌어졌고, 소액주주들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논란이 거세자 뒤늦게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진화에 나섰다. 두 사람은 모두 “감리위원회 증선위 결정이 나기 전에 사실을 알려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며 금감원에 유감을 표명했다. 결국 금융 감독당국의 귄위 추락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겨냥한 금융감독기관의 화살이 자칫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형국이 된 셈이다. 최근 정부와 기업간, 정당과 정당간 치킨게임 양상을 벌이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일컫는 ‘문케어’를 둘러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간 갈등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케어 저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회장직에 당선된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이 이끄는 신임 집행부와 정부가 입장차를 보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협은 ‘진료비 전면 급여화’를 내세운 문재인 케어가 의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의사단체의 반대는 집단이기주의에서 나온 밥그릇 지키기일 뿐이라며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이후 여야가 벌이는 행태도 치킨게임 양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여야는 드루킹 특검과 함께 지방선거 출마 의원 지역구의 재보궐선거 실시를 위한 사직서 처리문제, 추경안 처리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특검 시기와 범위 놓고 접점을 못찾으며 국회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