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김치 선봉엔 '종가' 이사람 있었네

[인터뷰]정찬기 대상 김치Global사업본부 Global김치마케팅팀장
'김치로 엔비디아 넘는다' 발언 화제 인물
식품시장 반도체·자동차보다 크고 확장 잠재력 커
높아진 한국 위상, 건강한 먹거리, 세대 통합 기회
반찬 김치→주식과 여러 소재로 확장 가능
  • 등록 2025-01-05 오후 12:06:24

    수정 2025-01-05 오후 7:10:15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지난 2일 새해 첫 출근날. 그는 오전 7시 회사에 도착해 컴퓨터부터 켰다. 아침 댓바람부터 집을 나선 이유는 ‘12월 마감’(매출)이 너무 궁금해서였다. 국내 1등 김치 회사 ‘대상’(브랜드 종가)에서 지난해 ‘김치의 글로벌 사업 확장’ 공(功)을 인정받아 팀별 성과 평가에서 최우수상(1등)을 받은 그를 주위에서 ‘돌아이’라고 하는 이유다. 2003년 대상에 입사해 22년째 식품에 진심인 정찬기 글로벌김치마케팅 팀장을 이날 종로구 대상 본사에서 만났다. 최근 포항공대 특강에서 ‘김치가 엔비디아를 능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야무진(?) 발언을 해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정찬기 대상(주) 김치Global사업본부 Global김치마케팅팀장 (사진=대상)
“식품 수출은 한국 수출 전체(2023년 기준 844조원)의 2%(16조원)밖에 안 돼요. 하지만 네덜란드는 식품수출(163조원)이 저희 반도체 수출(132조원)보다 큽니다. 전세계 반도체나 자동차 시장보다 식품 시장이 크거든요. 특히 한국은 인구수가 줄고 있지만, 해외 인구는 계속 늘고 있어요.”

정 팀장이 김치가 엔비디아를 능가할 수 있다고 보는 첫 번째 근거다. 강풍이 불면 심지어 칠면조도 날 수 있다고 했다. 시장 규모는 그만큼 중요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공개한 신산업 제안 시리즈를 보면 세계 식량 산업 시장 규모는 9000조원으로 자동차 산업(3800조원)보다 2배 이상 크고 반도체(800조원)보다 10배 이상 크다. 2023년 기준 세계인구는 80억명인데 30년 후는 100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김치는 슈퍼푸드에 가깝다. 그는 “한국 위상이 올라가고 김치가 건강 발효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식문화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IT업계 대표라면 전세계 식품시장에서 김치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엔비디아와 비교해 봤다”고 웃었다.

김치 수출액은 아직 미비하다. 잘 나가는 K라면은 주식 취급을 받아 올해 수출 규모가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반면 반찬인 김치 수출액은 2000억원 수준이다. 전세계 김치 시장 규모도 작다. 지난해 4조6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전망은 밝다. 국내 김치 수출액은 2016년 7900만 달러에서 2021년 1억6000만 달러로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 김치 수출국은 92개국으로 사상 최대다. 초기 일본, 중국 중심에서 북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최근 유럽까지 넓어졌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도 글로벌 김치 시장이 5%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식품시장에서 연평균 성장률 5%는 ‘되는 시장’의 기준점이다.

정찬기 대상(주) 김치Global사업본부 Global김치마케팅팀장 (사진=대상)
그는 “김치가 현재는 반찬(사이드메뉴)이지만 김치전 등 파생제품이 나오고 김치라면, 김치떡볶이 등의 소재로 들어가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처음에 간식이나 부식이라고 생각되는 음식도 이탈리아 피자가 발전하듯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밀가루 반죽에 토마토 페이스트와 치즈를 얹어 화덕에서 간단히 구워먹던 이탈리아 피자는 1900년께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토핑의 뉴욕식 피자 등으로 진화해 120년 동안 세계인의 음식이 됐다. 현재 피자는 전세계적으로 200조원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김치 수출은 1987년 국내에서 포장김치를 처음으로 선보인 대상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국내 김치 수출액 중 대상 종가 비중은 58%에 달한다. 정 팀장은 “대상은 상품김치 선도자이고 원자재 구매 확보 능력과 비축 능력도 뛰어나다”며 “종가만큼 다양한 김치를 개발하는 곳도 없다”고 했다. 대상이 미국 LA공장에서 생산하는 김치는 종가 오리지널 김치를 비롯해 현지 식문화와 트렌드를 반영한 비건 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 김치 등 10종에 달한다.

그는 “식품은 가장 삶과 밀착된 업으로 중요하지만 아직 다른 산업보다 규모와 이익이 작아 산업으로서 인식은 낮다”면서 “식품 산업을 IT·자동차처럼 선망하게 만드는 첨병 역할을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정찬기 대상(주) 김치Global사업본부 Global김치마케팅팀장 (사진=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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