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뇌 마비…말 잃지 않은 이유[뇌졸중 극복하기]

[44편]
10명 중 8명 이상 오른손잡이 언어중추 왼쪽에
왼손잡이 언어중추 오른쪽 왼쪽 뇌졸중 피해 최소
  • 등록 2024-07-06 오후 1:21:47

    수정 2024-07-06 오후 1:21:47

서울대 의대 학사, 석·박사를 거친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현재 대한뇌졸중학회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뇌졸중 극복하기’ 연재 통해 뇌졸중이 치료 가능한 질환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 정만수(73)씨는 간밤부터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증상이 왔다. 저릿한 느낌이 확대되더니 잘 움직이지 않았다. 말을 하면 발음이 어눌해 다른 가족이 못 알아들었다.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해 응급실을 찾았다. 첫 증상이 나타나고 10시간 만이었다. 정만수씨는 어떻게 됐을까?

골든타임 놓친 후 편마비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정씨는 고혈압과 당뇨병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조절을 잘 하지 않았고, 매일 한 갑씩 흡연도 했다. 이를 확인한 응급실에서는 뇌졸중을 의심하고 뇌 CT를 시행했고 좌측 중대뇌동맥 영역에 뇌경색을 확인했다. 좌측 중대뇌동맥 폐색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증상 발생 10시간 만에 응급실에 온 탓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정맥내 혈전용해제를 투약하지 못했고 이미 뇌경색 병변이 많이 진행해 동맥 내 혈전제거술도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정씨는 급성기 치료 및 향후 뇌경색 병변의 뇌부종이 진행할 경우 뇌압상승에 대한 치료가 필요해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입원했다.

좌측 중대뇌동맥 영역 뇌경색 환자 대부분은 우성반구인 왼쪽 대뇌반구 큰 뇌경색으로 말을 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모두 어려운 전실어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정씨도 이같은 증상이 예상됐다. 하지만, 발음만 어눌했을 뿐 응급실에서부터 본인의 이름과 나이에 대한 의료진 물음에 대답할 수 있었다. 입원 후에도 우측 편마비는 심해 움직일 수 없었으나 간단한 대화는 모두 가능했다. 정씨가 다른 경향을 보인 이유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다.

왼쪽 대뇌반구에 뇌경색…대화 가능한 이유

한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86.3%는 오른손잡이, 5.8%는 왼손잡이, 7.9%는 양손잡이였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오른손잡이인 셈이다. 이런 오른손잡이의 95% 정도는 반대쪽 대뇌반구인 왼쪽에 우성반구, 즉 언어중추가 위치한다. 소리를 듣거나 시각적인 정보를 수집하여 이해하고, 말을 하는 주요 기능을 왼쪽 대뇌반구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해당 과정에서 비우성반구인 오른쪽 반구에서 공간 및 이외 감각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왼손잡이는 어떨까. 오른손잡이의 우성반구를 생각하면 왼손잡이의 언어중추는 오른쪽에 대부분 위치할 것 같지만, 왼손잡이 70%의 우성반구는 왼쪽이고, 30% 정도만 오른쪽 반구에 위치한다. 따라서, 오른손잡이의 5% 정도, 왼손잡이의 30% 정도는 왼쪽 반구에 뇌졸중이 와도 대화가 가능하다. 아주 드물게 오른손잡이 환자가 오른쪽 대뇌반구에 뇌졸중이 온 이후 실어증이 발생하는 교차실어증이 5% 정도에서는 발생할 수도 있어, 처음 신경학적 검진을 할 때 이러한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고 검진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정만수씨는 왼손잡이로 오른쪽 대뇌반구가 우성반구, 즉 언어 중추가 있어 실어증 없이 대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입원 중 뇌부종이 나타나 약물치료를 통해 부종이 호전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측 반신 마비는 회복이 거의 되지 않아 와상 상태로 퇴원하고 말았다.

보통 알려진 뇌병변 위치에 따른 증상이 각 사람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오른쪽 대뇌반구에 뇌졸중이 있어 의사소통이 될 것 같지만 안되는 경우가 있고, 좌측 대뇌반구에 뇌졸중이 있어 실어증이 있을 것 같지만 대화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하게 기억할 것은 가능한 뇌졸중 이후 후유장애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골든타임 내 초급성기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웃, 손발, 시선’을 기억하여 뇌졸중이 발생해도 빠르게 치료받아 후유장애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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