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은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위기에 빠뜨린 주범. 거품이 급격히 가라앉으며 모기지 부실이 급증했고 그 타격은 금융권과 금융 시장을 강타했다. 심리 안정을 위해 우선 금융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놨던 정부의 다음 수순은 자연스럽게 주택 시장 지원일 것으로 점쳐져 왔고, 그래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어 왔다.
이런 가운데 하원에서 부결됐던 금융권 지원안이 어렵사리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주도했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셰일라 베어 사장이 이번에도 핵심적인 위치에 서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 FDIC 사장 "주택차압 막기 위해 정부 보증 나서야"
베어 사장은 하원에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부결된 이후 예금보호 상한선을 기존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한시적 상향을 하겠다는 안을 의회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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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 한도를 높이면 대형 은행들의 잇단 부도를 막고 뱅크런을 막아 유동성 위기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원에서 퇴짜맞은 `긴급 경제 안정법(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이 상원에서 가결되는 데에는 베어 사장의 제안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 美구제금융법안 `발효`..어떤 내용 담았나
그는 23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은행 위원회 공청회에서 연방 정부가 대출 보증을 해주거나 신용을 강화해 주는 것으로 모기지 업체들을 구슬려 대출 조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어 사장은 "재무부와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차압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모기지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자고 했다"며 "정부가 일정 기준에 도달하는 모기지 대출에 대해선 직접 보증을 해주면 주택차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앞서 베어 사장이 이러한 제안을 할 것이며, 정부는 주택차압 방지를 위해 400억달러를 집행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美, 400억弗 주택시장 지원 검토중-WSJ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은행위 위원장, 리차드 셸비 상원의원 등은 좀 더 공격적인 해법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부, 주택시장 지원책 적극 검토중
정부는 주택 시장에 대한 지원을 최근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 약 730만명의 미 주택 보유자들이 모기지 대출 채무불이행(default)에 빠질 것이며, 이들의 430만명은 집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기지 디폴트율은 현재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에 비해 3배 가량 높아진 상태.
더 이상 좌시하다간 금융시장에 이어 실물경제까지 전염된 위기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안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닐 캐시캐리 재무부 차관보는 이날 "재무부는 주택차압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대해 열의를 갖고 있다"며 "다만 현재 실시하고 있는 `호프 나우(HOPE NOW)` 프로그램과 상충되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발표했던 `호프 나우`는 일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 대해 대출 금리를 5년간 동결해 주는 등의 내용. 모기지 업체들이 모기지 대란을 막기 위해 연대해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최근 PBS에 출연, "다수의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확실히 더 해줄 것이 있고, 그럴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은 정부가 직접 금융사들의 모기지를 사줄 가능성도 있으며, 얼마만큼의 모기지가 대상이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재무부는 옵션변동금리모기지(ARM) 상품을 주목해 왔다고 전했다.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와코비아, 웰스파고 같은 소형 은행들이 약 2000억달러 규모의 ARM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한편 대선 주자들도 정부의 주택 지원에 대해 의견을 보태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는 정부가 3000억달러를 부실 모기지 등에 지원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후보는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이 향후 대출 조건이 양호해질 것으로 판단되는 차입자에 대해선 주택차압을 3개월간 동결해주는 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