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은행 정기예금 금리 5% 시대 열릴 듯...'逆머니무브' 가속화

주요 은행 1년 만기 정기 예금 최고 3.99%
이달에만 정기 예금 잔액 16조8000억원↑
한은, 연내 기준 금리 최대 1%p 인상 예상
조달 금리 올라 대출 금리 상승 부추길 듯
  • 등록 2022-09-25 오후 1:33:29

    수정 2022-09-25 오후 6:01:28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4%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0.75~1.00%포인트 올릴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연말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이 연 5%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역(逆)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예금 증가는 은행 조달 금리 상승을 의미해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분만 올려도 정기예금 5% 형성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대표 정기예금인 ‘원(WON) 플러스 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전날보다 0.05%포인트 올린 연 3.99%로 판매했다. 이 상품은 시중 금리에 연동해 하루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른 결과다.

다른 주요 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연 4% 가깝게 책정했다. 신한은행의 ‘쏠(SOL)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등은 최고 금리가 연 3.80%로 동일했다. 이 상품들도 일 단위로 시중 금리에 연동된다. KB국민은행의 대표 상품인 ‘KB 스타(Star) 정기예금’ 금리 상단도 연 3.56%에 달한다. 지난해 9월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1%대에 머물렀지만, 1년 만에 4%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연말엔 최고 연 5% 안팎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공개된 연준의 금리 점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 19명 중 9명이 현재 3.00~3.25%인 기준금리가 올해 말 4.25~4.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자이언트 스텝과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은도 10월과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75~1.00%포인트 올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분만큼만 올려도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금보다 1%포인트 가까이 오르게 된다. 올해 들어 ‘이자 장사’ 비판 여론이 형성되며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분 이상을 올려 연말 정기예금 금리 5% 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산 시장 거품 빠져 ‘뭉칫돈’ 은행에 더 몰릴 듯

2020년과 지난해 ‘제로(0) 금리’를 틈타 자산 시장으로 이동한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다시 돌아가는 ‘역 머니 무브’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금도 뭉칫돈이 대거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746조6123억원이다. 8월 말(729조8206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돼 16조7917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21일 하루에만 정기예금은 3조7639억원 급증했다. 반면 대기성 자금인 수시 입출금 예금(요구불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8조3100억원 줄었다.

예상보다 빠른 글로벌 긴축 가속화로 증시가 힘을 받지 못하고 부동산 경기마저 위축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마저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소비 위축을 불러 은행에 돈 맡기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출 금리 상승 불가피...코픽스 1년 만에 2.9배↑

예금 금리 인상이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이는 은행의 조달 금리 상승을 의미하고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변동 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지표 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채권은 물론 주요 은행의 예금 금리로 결정된다. 이달(공시 기준) 코픽스는 2.96%로, 1년 전(1.02%)과 비교하면 2.9배 치솟았다. 채권 금리 상승과 더불어 예금 금리까지 빠르게 오르면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잔액 기준 변동 금리 비중은 78.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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