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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는 이렇다. 이 업체는 A 캐드 프로그램으로 설계를 하는데, 올초에 공채로 뽑은 신입사원이 A 캐드 프로그램 대신 자기 마음대로 B 캐드 프로그램을 설치해 업무를 한 것이다. 회사에서는 B 캐드 프로그램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았기에 B 캐드 프로그램 개발사로부터 불법사용에 대한 공문을 받게된 것이다.
직원이 무단으로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한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직원이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회사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 저작권법 제141조(양벌규정)에 그 내용이 상세히 명시돼 있다.
저작권법 제141조는 「법인의 대표자, 법인, 개인의 대리·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업무에 대해 죄를 범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이나 개인에 대해서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직원이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회사는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했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양벌조항이라고 한다.
위의 사례에서는 건축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이 업무효율을 위해 무단으로 B 캐드 프로그램을 쓴 것이다. 그런데 직원이 업무와도 아무런 상관없는 프로그램을 자신이 쓰기 위해 설치한 경우는 어떨까. 거기까지 관리감독을 하자니 과외 업무가 너무 많아지게 된다.
저작권법 141조는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라는 구문을 통해 이에 대한 부분도 명확히 하고 있다. 직원이 개인의 목적으로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했을 때에는 회사는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부할 목적으로 건축업무와 무관한 기계캐드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때에는 건축설계사무소는 그 직원에 대해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한편, 회사에서 직원들의 저작권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하거나 감사를 하는 등 주의감독의 의무를 다한 경우에도 회사는 법적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일단 일이 터지고 난 뒤에 뒤늦게 과거의 교육이나 관리 사실을 입증할 만한 근거자료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사업 초기부터 주기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교육자료, 관련내용 전파자료 등을 일시별로 구축해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최근 캐드프로그램 불법사용으로 인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 직원들의 불법프로그램 사용을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규정을 만들어두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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