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에도 나스닥 5거래일 하락[월스트리트in]

12월 PPI, 시장 예상치 밑돌았지만 물가 우려 여전
캘리포니아 산불 물가 영향 주목
국채금리·달러 지수는 소폭 하락
15일 CPI 지수 발표·어닝시즌 돌입
  • 등록 2025-01-15 오전 6:52:50

    수정 2025-01-15 오전 6:56:33

사진=뉴욕증권거래소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4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치보다 낮은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됐지만 나스닥 지수는 5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나갔다. 다음날 생산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아직 물가에 대한 경계심이 풀리지 않은 모양새다.

이날 뉴욕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2% 오른 4만 2518.2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0.11% 오른 5842.91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3% 내린 1만9044.39에 마감했다. 빅테크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나스닥 지수는 5거래일째 하락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 물가 밀어올릴 듯

지난달 미국 도매물가인 PPI 상승률이 둔화하며 시장 예상을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일부 완화됐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PI는 전월 대비 0.2% 올랐다. 전월과 전문가 예상치(모두 0.4%)를 하회했다.

PPI는 지난 12개월 기준 연율 3.3% 올라 전월 3%에서 상승했다. 다만 시장 전망치(3.5%)는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PPI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0%였다. 시장 예상치(0.3%)는 물론 지난해 11월(0.2%)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근원 P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3.5%를 유지해 전문가 예상치(3.8%)를 하회했다.

세부적으로는 상품 가격이 직전월 대비 0.6% 상승하면서 물가를 밀어 올렸다. 휘발유 가격이 9.7% 급등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3.5% 뛴 영향이 컸다. 식품·에너지 관련 제품 가격도 두루 상승했다. 다만 신선·건조 야채 가격이 14.7%나 내리면서 상품 가격 상승세를 상쇄했다. 서비스 가격은 전월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여행 운송 물가가 7.2% 올랐지만 숙박비가 하락한 영향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된 가운데 지난달 PPI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물가 상승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도매물가인 PPI는 시차를 두고 소매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이민 제한 정책이 물가를 밀어 올린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하루 뒤인 15일에는 Fed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와 함께 눈여겨 보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된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12월 CPI가 전년 대비 3.0% 올라 11월(2.7%)을 웃돌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꺼지지 않은 물가 불안을 두고 시장은 경계심을 표하는 모양새다.

시장은 캘리포니아 산불 등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을 고려하고 있다.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명목 채권 금리와 물가연동국채(TIPS)의 금리 차이로 계산되는 5년물과 10년물 브레이크이븐율(Breakeven Rate)은 각각 2.55%와 2.45%로 상승해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브레이크이븐율이 2.55%라는 것은 향후 5년 동안 시장이 연간 평균 인플레이션을 2.55%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30년물 브레이큰이븐율도 2.38%로 상승하며 지난해 4월과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하워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밴스 하워드는 “지난주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볼 때, 우리가 바랐던 대로 인플레이션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약 2%, 메타 플랫폼은 3% 하락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유틸리티, 산업 및 금융 등 경기 방어주로 몰려들면서 각 부분은 약 1% 상승했다. 비트스라가 5%, 컨스텔레이션 에너지가 4% 올랐다. NRG에너지, AES 코퍼레이션은 각각 3%, 2% 올랐다. SPDR S&P Regional Bank ETF(KRE)와 SPDR S&P Bank ETF(KBE)는 각각 약 3% 상승했다.

샘 스토발 CFRA리서치 최고투자전략가는 CNBC에 “CPI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타나면 주식시장에는 확실히 나쁜 소식”이라며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더욱 늦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확실시하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7.9% 반영하고 있다.

내일부터 실적 발표 시즌

오는 15일부터 미국 기업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상승 반전을 기대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파생상품 연구 책임자인 존 마샬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적 시즌을 앞두고 옵션 거래량이 높아지고 있으며 낙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마샬은 “콜 옵션 매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사람들이 단기적인 상승을 기대하며 포지션을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같은 시장심리가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면서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이 발표될 경우, 주가가 역설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팩트셋에 따르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은 3년 전 미국 기업의 팬데믹 이후 전성기가 끝난 이래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에는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블랙록, JP모건체이스가, 오는 16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등의 실적이 발표된다..

일라이 일리의 주진한 실적 전망은 헬스케어 부문 전체를 하락시켰다. 일라이 일리는 이날 2024회계연도 매출이 450억달러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지난해 10월 예상했던 454억~460억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비만 치료제 경쟁이 예상보다 치열해지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데이브 릭 일라이 일리 CEO는 “미국의 인크레틴 시장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45% 성장했지만, 우리의 이전 가이던스는 해당 분기에서 더 빠른 성장 가속화를 예상했었다. 이에 더해 연말 기준 채널 재고가 예상보다 낮았던 점도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라이 일리는 전년 대비 32% 매출 성장이라는 이전 전망치는 유지했다.

일라이 일리와 경쟁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 주가 역시 이날 4% 하락했다

한편, 나이키 주가는 이날 1.7% 하락해 2020년 3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진한 실적을 구제하기 위해 엘리엇 힐 최고경영자(CEO)가 돌아왔지만 주가는 이후 14% 하락했다.

국제유가 소폭 안정세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했다. 전날 장중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2bp(1bp=0.01%포인트) 내린 4.78%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bp 하락한 4.363%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소폭 하락했다. 전날 장중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달러 지수는 이날 0.7% 하락해 109.23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낮은 PPI 지수가 나오며 물가에 대한 우려는 조금 완화됐지만 연준이 이번 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는 변함이 없어 하락폭은 제한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2025년에도 미국 내 석유 수요가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원유 가격은 하락했다. 지난주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기업 제재 여파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지만 일부 불안감이 진정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32달러(1.67%) 하락한 배럴당 77.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3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보다 1.09달러(1.35%) 오른 79.92달러에 마무리됐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은 이날 미국 내 석유 수요가 2025년과 2026년에 하루 2,050만 배럴(bpd)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지만,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올해 1352만 bpd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ING 분석가들은 새로운 제재로 인해 올해 예상했던 70만 배럴의 잉여분이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영향은 이보다 낮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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