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은 21년 2월까지 건강보험 의무 x
지난달16일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르는 모든 외국인들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됐다. 국내 건강보험 제도를 악용해 '먹튀'하는 경우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국민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나 외국인 유학생은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반발했다. 이에 보건 복지부가 이들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유학생은 당분간 강제 가입에서 제외됐다. 덕분에 유학생은 2021년 2월까지 건강보험에 들지 않아도 되지만 차후 같은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먹튀 안돼 VS 비용 부담
애초 복지부는 현행법과 관련해 “현재의 임의가입 제도와 비교적 짧은 체류기간 요건은 진료가 필요한 경우 일시 가입하여 단기간 적은 보험료 부담으로 고액진료를 받고 탈퇴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 측면이 있었다”라며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방지’를 제도 개선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부 발표 이후, 당사자인 외국인 유학생은 크게 반발했다. 유학생은 이미 소속 대학에서 민간보험 업체에 단체 가입을 들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에서 가입하는 민간보험은 월 만 원 중반대로, 한 달에 최소 5만6530원을 내야 하는 건강보험보다 훨씬 저렴하다. 보험 보장 범위도 비슷하다.
외국인 유학생은 제외해주세요!
복지부의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과 관련하여 반발한 이들은 외국인 유학생뿐이 아니다. 각 대학 실무자들 또한 일정한 수입이 없는 외국인 유학생을 건강보험 강제 가입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7월 16일 외국인 건강보험 당연가입 철회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답변이 나오는 20만 명을 넘기지 못했지만, 1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본인을 모 대학 외국인유학생 담당자라 소개한 청원인은 “외국인 유학생 건강보험제도 안내에 대하여 사전에 공청회나 실무자들과의 의견을 나누지 않고 진행하는 것에 대하여 굉장히 유감”이라며 외국인 유학생의 무조건적인 건강보험 의무 가입 조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청원인에 따르면 유학생들에겐 건강보험이 큰 재정적 부담이다. 기존에 외국인 유학생이 가입한 국내 대학의 민간보험 가격은 월 1만 원 중후반 대에 형성되어 있다. 소득과 재산 유무를 고려하여 최대 50% 감면해주더라도 한 달에 최소 5만6530원을 내야 한다. 만약 유학생이 운이 좋게 아르바이트를 구해 1년 소득 금액이 360만 원을 넘는다면, 보험료는 최소 11만3050원으로 오른다.
법무부가 발표한 ‘2017 한국에서 학비 마련 방법(복수응답, 유학생)’에 따르면 부모님의 지원이 78.1%로 가장 많았고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로 마련한다는 응답은 12.1%에 그쳤다. 또한, 같은 기간 조사된 ‘한국 유학생활에서 어려운 사항(복수응답, 유학생)’에 따르면 언어문제가 75.7%로 가장 높아 언어장벽이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현재 정부가 허용하는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 주당 시간은 25시간이다. 주당 25시간 근무 시 최저 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외국인 유학생의 예상 주급은 주휴수당 포함 25만500원이다. 보험료로 주급의 절반 정도가 나가는 것이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유학생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외국인 유학생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를 21년 2월까지 유예했다. 그러나 유학생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 및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의무 가입이 시행되는 21년 3월에도 같은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겪는 문제에 공감하고, 현실을 반영한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혜택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 진화도 필요하다. 특히, 최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앞서 언급한 국민청원과 관련하여 ‘외국인 보험료 먹튀’ 논란 등 국민 사이에 외국인 건강보험 혜택과 관련해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러나, 먼 타지에서 수학을 목적으로 온 유학생을 보험 얌체족과 묶어 바라보는 시선이 과연 옳은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스냅타임